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핵 재앙 위기로 몰아넣는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원전 인근에 안전 지대 설치가 필요하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촉구했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IAEA는 자포리자 원전 시찰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재 자포리자 원전은 전례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원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앞서 IAEA는 지난달 31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을 포함한 시찰단을 자포리자 원전에 파견해 원전 시설을 점검하고 방사능 누출 위험성 등을 조사했다. 시찰단 14명 가운데 12명은 복귀했지만, 나머지 2명은 현지에 상주하며 지금도 원전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당시 현장 조사 결과물로, IAEA는 이날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상세한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IAEA는 보고서에서 “시찰단이 원전을 방문하는 동안 원전 주변에서 포격전이 발생한 것을 가까이서 목격했다”고 밝혔다. 또 원전 건물 외벽과 창문, 노면, 원자로 장치를 연결하는 시설 등이 손상된 모습도 직접 확인했고, 원전 내 여러 장소에서 러시아 군인과 차량, 군사 장비를 수시로 마주쳤다고 덧붙였다.
IAEA는 “포격전은 안전 관련 구조물,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안전에 심각한 영향과 인명 손실 및 부상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대규모 원전 시설에서 군사적 출동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원전 사고는 국내는 물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AEA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원전과 그 주변에서 즉시 포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분쟁이 종식되고 안정을 회복할 때까지 군사적 수단에 의한 물리적 피해로 발생할 수 있는 원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원자력 안전ㆍ보안 구역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개전 초기 러시아군에 점령됐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원전 시설 운영과 안전 조치는 우크라이나인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삼엄한 감시와 통제 아래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AEA는 “이러한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원전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인적 실수 위험성을 키운다”며 원전 직원의 근무 환경 개선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