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경우 공소시효를 일반인의 20배인 10년으로 정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공직선거법 268조 3항 등과 관련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법을 위반하면 통상적인 선거법 공소시효인 선거일 후 6개월보다 20배나 긴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근무한 허현준 전 행정관이다. 허 전 행정관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보수단체들에 수십억 원을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는 해당 조항에 대해 평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범한 선거법 위반죄는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저해한다. 공권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돼 단기간에 밝혀지기 어려울 수도 있어 단기 공소시효에 의할 경우 처벌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선거일 후 10년으로 공소시효를 정한 입법자의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공직선거법상) '지위를 이용하여'는 공무원이 개인 자격이 아니라 공무원 지위와 결부돼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