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공개되는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4' 시리즈의 고가 사양인 프로 모델 가격이 전작(아이폰13 프로)보다 100달러(약 13만6,000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아이폰14 프로의 출고가가 1,099달러에 책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달러를 넘기지 않았던 아이폰13 프로(128GB 기준 999달러)보다 100달러 인상된 것이다. 프로보다 화면 크기가 큰 아이폰14 프로 맥스의 가격도 전작 1,099달러에서 1,199달러(164만2,500원)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본 모델인 아이폰14 가격은 799달러(109만4,500원)로 유지될 전망이다.
올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은 부품 비용 상승과 고물가·고금리 탓에 전체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애플이 고가 모델의 가격을 더 올리기로 한 것은 그간의 경험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에 따르면, 아이폰 평균 판매 가격은 아이폰11이 출시된 2019년 3분기 783달러에서 올해 2분기 954달러(130만7,800원)로 170달러(23만3,000원)나 올랐다. 더 많은 이용자들이 기본 모델보다 비싼 프로 모델을 선택하고, 저장공간을 늘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를 근거로 아이폰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사양을 높이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5세대(5G) 통신망을 까는 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미국 통신사들이 5G폰인 아이폰14 시리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풀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품 가격이 올라도 보조금을 그만큼 지원 받으면 실질 구매 가격은 그대로다. 컨설팅회사 베이스트리트 리서치 LLC는 아이폰13 출시 직후인 지난해 4분기동안 미국 통신사들이 총 57억달러(7조8,100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판매 보조금을 지출했고, 구매자들은 평균 300달러(41만원)의 혜택을 봤다고 분석했다.
아이폰14 프로의 미국 가격이 오르면 국내 출고가 역시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100달러를 이날 환율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13만7,1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15만 원가량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출시된 아이폰13 프로의 가격은 135만원이었다.
애플의 신제품 가격 인상은 신제품인 '갤럭시Z폴드4'의 가격을 전작과 똑같은 199만원대(미국 가격은 1,799달러)로 결정한 삼성전자와 대비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출고가 동결에 대해 "폴더블폰의 대세화를 위해선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식으로 판매를 촉진해 손실을 메우겠다는 전략인 반면, 애플은 판매가 둔화할 가능성이 큰만큼 가격을 올려 상쇄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