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현지시간)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으로) 한미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 후 발생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을 협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찾은 안 본부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와 협의 채널을 실질적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안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덜레스공항 도착 직후 특파원들과 만나 “가장 설득력 있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지금부터는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7일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를 만나는 것을 비롯해 미 백악관, 상무부 및 의회 인사들을 두루 접촉할 예정이다. 지난달 서명, 발효된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등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대표단이 지난달 말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측과 긴급 협의를 진행한 데 이어 안 본부장까지 이날 미국을 찾은 것이다.
안 본부장은 “이제 각료급에서 실제로 만나 (협의) 절차가 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협의체 구성) 의사는 전달해둔 상황이고 그쪽(미국)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협의 채널은 안 본부장과 타이 대표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 본부장은 미 의회를 상대로는 법 개정도 요청할 예정이다. 그는 “막 서명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 개정이 조기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입법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과 행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에 관해 다각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법안 개정 △현대차 조지아주(州) 공장 완공 시점인 2025년까지 관련 조치 시행 유예 △전기차 지원 대상에 북미산은 물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포함 등의 해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본부장은 또 미국 ‘반도체ㆍ과학법’에 포함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도 방미 기간 미국 측과 논의할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을 담은 반도체ㆍ과학법에는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국 투자를 제한하고 위반시 지원금을 환수한다는 가드레일 조항이 담겨 있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불리한 조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본부장은 “이번 IRA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향후 한미 간 이어나갈 산업통상 관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시금석이 되는 사안”이라며 “가드레일 조항뿐만 아니라 향후 한미 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번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8일부터 이틀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인도ㆍ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급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