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도 약속한 '허대만법', 국회 문턱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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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1 13:00

지난달 2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출마자가 아님에도 유달리 많이 거론됐던 이름이 있다. 바로 고(故) 허대만 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지구당 부활 등 허 전 위원장이 소망했던 과제들을 열거하며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호소했고, 고민정·서영교 최고위원도 "허대만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변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난 허 전 위원장이 '정치 1번지' 여의도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진보 정치인 무덤' TK서 27년간 활동한 정치인

허 전 위원장은 27년의 정치 인생을 진보 정치인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보냈다. 1992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고향인 경북 포항으로 내려왔다.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다들 '험지'라며 기피하는 지역을 제 발로 찾아간 셈이다. 허 전 위원장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해 탄탄대로가 열려 있음에도 지역주의 벽을 깨기 위해 가시밭길을 자처했다"고 회상했다.

허 전 위원장은 낙향한 지 2년 만에 '전국 최연소 기초의원'으로 당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1995년 26세의 나이로 포항시의원으로 당선되면서다. 그러나 지역주의의 벽은 높았다. 이후 이어진 총선과 지선에서 내리 7번을 낙선했다. 향년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긴 기간 동안 그는 '실패한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견뎌왔다. 허 전 위원장은 생전에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도를 강화할 뿐"이라며 △지구당 부활 △중대선거구제 개편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등 선거제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허대만법, 정개특위 4월 활동 종료까지 관철돼야"

허 전 위원장의 별세 후 민주당에선 '제2의 허대만을 만들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선거법 개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허대만법'이라 명명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 17명과 지역위원장들은 지난 1일 허대만법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당일 김두관 의원은 전국을 6개 권역별로 나눠 개방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내년 4월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 종료 전까지 허대만법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당대회에서도 선거법 개정을 내년 4월까지 마무리짓는 내용의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에 상정된 지구당 부활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법 개혁에 대한 다양한 방안들을 당론으로 모을 계획이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허대만의 죽음 이후 선거법 개혁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의지가 높은 상태"라며 "당내 공론화를 통해서 힘 있게 정치개혁을 만들겠다"고 했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강한 의지를 보인다고 해서 허대만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안민석 의원은 "허대만법과 같은 시도는 그동안 여러 번 있었지만 여야가 유불리를 따지다 보니 항상 논의에만 그쳤다"며 "국민의힘 호남 동행 의원단에 의견을 타진하는 등 허대만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