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북상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메시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난 대응을 앞두고 자칫 돌출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차단하고, 비상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 모두발언에서 태풍 대응을 강조한 뒤 "재난 상황에 관한 다른 질문 있나. 오늘, 내일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태풍 힌남노에 관한 말씀만 좀 받도록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이 약식회견 중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적은 많지만, 질문 범위를 먼저 제한한 것은 이례적이다. 관저 이사 시기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관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민감한 정치 현안에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대선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윤 대통령을 고발한 데 대해서도 반응을 삼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켜야 하는 최고 통수권자의 의무, 역할에 오늘도 전념할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보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대응 기조는 국가 위기 상황에 불필요한 메시지로 괜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디지털소통비서관실이 수해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의 사진을 홍보용 카드뉴스로 만들고, 수해 복구 봉사에 나간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특히 정부의 재난 대응은 민심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실은 피해 예방에 온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조에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은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 비서관 인선과 달리) 국회 청문회가 있는 자리는 좀 더 신중해야 해 인선 시점을 못 박을 순 없다"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