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빚내느라, 노년은 빚 갚느라... 대출에 파묻힌 국민

입력
2022.09.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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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채무불이행 8.4만 명
고금리 2금융권 대출도 증가
6070 소득比 대출잔액 3050보다 커
"소득 낮아 빈곤층 전락 가능성 높아"

가계대출 금리가 연일 뜀박질하면서 대출금을 갚느라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 불이익을 받는 20대가 늘고 있는가 하면, 은퇴 후 소득은 줄었는데 갚아야 할 대출 잔액은 여전히 많은 노년층도 사정이 빠듯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이 빚을 갚느라 씀씀이를 줄이거나, 결국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질 나빠진 20대 빚

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금융채무 불이행자 현황' 자료를 보면, 2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6월 말 기준)는 8만4,300명, 이들의 평균 연체 금액(원리금 총액)은 1,58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한 10명 중 6명(41.8%)은 연체 금액이 500만 원 이하였고, 500만~1,000만 원 이하를 연체한 비중이 21.2%로 뒤를 이었다. 비교적 소액이지만 '생계비 부족' 등을 이유로 이마저 갚지 못해 신용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층이 진 빚은 그 질도 나빠지고 있었다. 금융감독원과 진 의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20대의 은행권 대출은 전 분기 대비 2,536억 원(-0.4%) 줄어든 반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 대출액은 8,374억 원(3.1%) 늘었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한 대출자들이 2금융권 대출로 돌려막기에 나서거나, 한도 부족 등 애초부터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필요 자금을 2금융권에서 빌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2금융권은 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더 비싸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 등 자산시장이 무너지면서 자금난에 빠진 대출자들이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렸을 수 있다"며 "대출 건전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출 잔액 여전히 잔뜩 60대

60대 이상은 대출 상환의 늪에 빠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은퇴 후 소득은 줄었는데 재산은 집에 묶여 있고, 갚아야 할 대출금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토대로 연령대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구간별 차주 및 대출 잔액을 봤더니, DSR가 40%대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차주 비중 가운데 60~70대 이상의 경우는 4.3~12.7%였다. 30~50대(5.2~12.3%)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반해 이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 비중은 60대(DSR 40% 이상)가 41.8%, 70대 이상이 44%로, 30~50대(20~30%대)보다 높았다. DSR가 높은 차주 가운데서도 60대 이상의 소득 대비 대출잔액이 30~50대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DSR는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가령 DSR가 40%라는 건 연소득 5,000만 원일 때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단 뜻이다.

보고서를 쓴 권흥진 연구위원은 "60대 이상은 현재 소득뿐 아니라 향후 기대소득이 30~50대 차주 대비 낮기 때문에 상환 부담이 크고, 향후 부실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노년 차주의 경우 소비를 크게 줄이거나 갖고 있는 자산을 줄이지 않고선 대출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권 연구위원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60대 이상 차주의 소비 여력 감소는 잠재적 빈곤층 전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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