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 달간 전국 부동산 시장에 큰 장이 선다. 지방에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진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에 분양을 미뤘던 단지들이 가을 성수기를 겨냥해 본격 청약에 나선 것인데,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든 터라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이달 전국 63개 단지, 총 5만4,620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9월만 놓고 보면, 2015년(5만7,338가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 시장에 풀린다. 1년 전과 비교해도 80% 이상 많은 물량이다. 전체 물량의 63% 수준인 3만4,508가구는 지방에, 나머지 2만112가구는 수도권에 공급된다.
수요자 관심이 큰 수도권 물량은 대부분 경기(1만2,450가구)와 인천(7,483가구)에서 나온다. 공급이 집중된 경기에선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SK뷰(2,633가구)', 평택시 장당동 '평택석정공원화성파크드림(1,296가구)', 구리시 인창동 '구리역롯데캐슬시그니처(1,180가구)' 등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물량이 줄줄이 풀린다.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는 한 곳뿐이다. 포스코건설이 짓는 '가락현대5차소규모재건축(더샵)' 아파트(179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29가구다.
지방에서는 충남(8,276가구), 경북(6,833가구), 경남(4,852가구), 부산(2,572가구) 지역에서 물량이 쏟아진다. 경북 구미시 산동읍 '구미하이테크밸리대광로제비앙(2,740가구)', 경북 포항시 대잠동 '힐스테이트더샵상생공원(2,670가구)',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양정자이더샵SK뷰(2,276가구)' 등이 대표적인 대단지 분양 단지로 꼽힌다.
9월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난 건 지난달 분양 일정을 미룬 물량이 이달 대거 몰린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여름 비수기를 피해 가을 성수기가 시작되는 이달에 물량이 집중된 셈인데, 현재로선 청약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거래 절벽 속에 청약시장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미분양 주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연말 1만7,710가구에서 지난 7월 말에는 3만1,284가구로 76%(1만3,574가구) 급증했고,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같은 기간 1,509가구에서 4,529가구로 3배 불어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9월 물량이 풍성하지만 과반이 미분양 우려가 큰 지방인 점을 감안하면 청약시장의 주춤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 분양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청약 당첨자의 이탈 사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