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군부와 영국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군부는 미얀마의 민주인사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주미얀마 영국 대사를 추방한 데 이어 전직 영국 대사 부부에겐 징역형을 선고했다. 영국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는 미얀마 기업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하고, 군정을 향한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4일 미얀마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법원은 2일 비키 보먼 전 주미얀마 영국 대사와 그의 남편 테인 린에게 이민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보먼 부부는 "샨주(州)의 한 가정집에 거주하면서 실제 주소는 양곤시의 한 주택으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군경에 체포된 바 있다. 실형을 받은 이들은 선고 직후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됐다.
주소지 불성실 신고로 징역형이 선고된 건 미얀마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이에 "군부가 보먼 부부를 본보기로 영국에 '내정 불간섭'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곤의 한 외국 진출기업 현지 책임자는 "군부가 보먼 부부를 가두기 위해 혐의를 철저히 설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에 대한 선고는 군부가 '국적이 영국이든 어디든 우리를 비판하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2002년 주미얀마 영국 대사로 근무했던 보먼 전 대사는 2013년부터 '미얀마책임경영센터(MCRB)'라는 외국 진출 기업 권리단체를 운영해 왔다. 배우자인 린은 유명한 반체제 예술가이자 민주진영 활동가다. 보먼 전 대사는 쿠데타 이후 MCRB 명의로 군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부부가 민주진영을 위한 모금 운동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쿠데타 직후부터 이어져 왔다. 1826년부터 122년 동안 미얀마를 식민 지배한 영국은 최근 20여 년간 미얀마 민주진영을 지원해 왔다. 영국 정부는 쿠데타 군부를 인정하지 않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군부 처벌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다.
화가 난 군부는 올해 7월 피트 보울스 현직 영국 대사를 추방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에도 주미얀마 영국 대사관 직원들의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영국의 외교 업무를 방해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최근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건설기업 '스카이원' 등 3개사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내렸다.
영국 정부는 아직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미얀마 외교가 관계자는 "보먼 부부 석방을 위한 외교 협상이 곧 진행되겠지만, 그렇다고 영국 정부가 군부의 요구 조건을 모두 들어줄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보먼 부부 선고 이후에도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 책임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묻기 위한 국제사회 설득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