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독무대였던 e스포츠에 부는 여풍... 여성 롤드컵도?

입력
2022.09.04 14:20
유럽 e스포츠 구단 G2, 여성팀 출범

e스포츠(게임을 통해 이뤄지는 스포츠)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억 달러에서 올해 25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때 게임에 몰입한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치부됐던 e스포츠는 20여 년 간 꾸준히 기반을 넓히며 콘텐츠 소비 시장의 주류로 편입됐다.

e스포츠를 이끄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최고 팀을 가리는 이른바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전 분당 평균 시청자 수는 지난해 3,060만 명에 달했다. LoL 등 8개 게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을 정도로, e스포츠의 저변은 웬만한 인기 스포츠 이상으로 넓다.

그런 e스포츠 분야에서도 여성 게이머들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남성에 비해 게임을 즐기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e스포츠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여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별 불균형이 크다.

그러나 여성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e스포츠 분야에서도 최근 여성 게이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럽 최고 e스포츠 구단으로 꼽히는 G2 e스포츠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LoL 팀 'G2 헬(Hel)'을 결성했다고 1일 밝혔다. 신생팀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5명의 여성 게이머가 소속됐다. 이들은 앞으로 구단의 지원을 받으며 각종 LoL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미 블룸버그는 G2 헬의 결성 소식을 전하며 그간 여성들이 e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은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을 즐기는 절대 인구가 남성에 비해 부족한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그 비율이 적다는 것이다. 그간 e스포츠 구단들은 여성 게이머의 실력이 뛰어나도,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팀의 특성상 여성을 뽑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영입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팀에 소속되지 못하니 당연히 전문적 훈련을 받을 수도 없었다.

여성을 향한 게이머들의 차별적 시선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3년까지 LoL 프로 선수로 활동한 케이티(Caity)는 "다른 게이머들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음에도 게임 속 ID가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조롱 받았고, ID를 바꾸고 나서야 게임을 더 즐길 수 있었고 실력도 늘었다"는 경험을 블룸버그에 밝혔다.

여성 프로팀의 결성은 이런 e스포츠의 폐쇄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게임 전문 매체 e스포츠뉴스 UK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LoL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는 롤드컵과 같은 여성 전용 공식 대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스 로드리게즈 G2 최고경영자(CEO)는 "LoL뿐 아니라 모든 게임에 여성 대회가 있어야 한다"며 "경쟁과 우승의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 여성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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