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힌남노, 어떻게 대비?…태풍 강도와 피해 규모 꼭 비례 아냐

입력
2022.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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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구 점검, 강풍 대비 구조물 고정
침수 시 맨홀 주의, 유리창에 테이프
하천변·해안가·비탈면 피해야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위력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기상청이 3일 오전 예측한 남해안 상륙 시점의 힌남노 중심기압은 95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초속 43m에 이른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강한데, 950hPa은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꼽히는 1959년 '사라'(951.5hPa), 2003년 '매미'(954.0hPa) 상륙 때보다 더 낮다. 예측이 현실이 된다면 힌남노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남해안을 강타할 것이다.

막판 경로 변경 가능성이 조금은 남았어도 이제는 힌남노 상륙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모두가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태풍 진로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도 인간의 노력으로 피해 최소화는 가능하다는 게 그간의 경험이다.

주변 배수구 점검, 도심에서도 위험한 곳 피해야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태풍은 폭우를 동반해 가정 내 하수구, 집 주변 배수구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쓰레기 등으로 막힌 곳은 즉시 뚫어야 한다. 배수구가 제 기능을 못하면 하수 역류로 인한 침수 등 태풍 피해가 더욱 커진다.

특히 힌남노는 제주도에 600㎜ 이상의 비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남해안과 경상권 동해안에 400㎜, 수도권에도 최대 300㎜의 비가 예보됐다. 힌남노는 중심기압이 낮은 만큼 해수면을 누르는 공기가 약해져 폭풍해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범람 우려가 있는 하천 근처에는 주차하면 안 되고 간판, 지붕 등이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자전거 등은 미리 집 안에 들여놓는 게 좋다.

태풍이 상륙할 경우 도심에서는 외출을 삼가고 이동 시 간판 등이 많은 장소를 피해야 한다. 가로수도 강풍에 꺾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도로에 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지난달 초 수도권 폭우 때 위험성이 드러난 맨홀 주변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고층 건물 유리창에 테이프 붙여 파손 대비

유리창은 종이 상자 등을 틈새에 끼워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야 한다. 아파트 등 고층 건물 거주자들은 유리창에 X자로 테이프를 붙이거나 젖은 신문지를 바르는 것도 좋다. 태풍은 최대풍속 기준으로 '중-강-매우 강-초강력'으로 분류하는데, 매우 강 이상에서는 테이프나 신문지를 붙여도 강풍에 창문이 깨질 수 있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 유리 파손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상수도 공급 중단에 대비해 욕실에는 미리 물을 받아 둬야 한다. 응급약품과 손전등을 준비하고 대피장소와 비상시 연락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자연재난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차원에서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대비가 피해 줄일 수 있어

힌남노 상륙이 예고돼 가을 수확을 앞둔 농촌의 시름도 깊어졌다.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려면 논둑을 미리 점검하고 물꼬를 조정해야 한다. 농경지 침수 예방을 위해 모래주머니 등으로 하천 물을 막고, 비닐하우스는 강풍 유입이 안 되도록 출입문 및 환기창 고정이 필요하다. 수확기 농작물은 태풍 상륙 전 거둬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축산농가는 축사 붕괴를 막기 위해 보조 기둥을 미리 설치하고, 해안지역에서는 위험한 비탈면에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폭풍해일 우려도 있어 해안가 저지대 주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매미의 악몽 이후에도 어머어마한 위력의 태풍들이 한반도를 할퀴었다. 2016년 '차바' 역시 매미급 강풍을 몰고 왔지만 인명 피해(10명)와 재산 피해(2,000억 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으로 구분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동안 축적한 경험, 철저한 사전 준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