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이승원(3년)이 3시간 43분 동안 이어진 난타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승원은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경남고와 16강전에서 팀의 13-11 승리를 이끌었다.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가 투수진의 붕괴로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1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 역투로 상대 불방망이를 잠재웠다. 타석에서는 5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덕수고 내야수 이승원이 고교 대회에서 투수로 등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학교 때까진 투수와 내야수를 겸업했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엔 야수로만 뛰었다. 하지만 봉황대기를 앞두고 심준석(3년)의 부상 이탈 등으로 팀 마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투구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날 승부처에서 마운드에 올라 '고교 첫 등판 투수'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과감하게 공을 뿌렸다.
9-9로 맞선 6회초 2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한 이승원은 첫 타자를 상대할 때 포수의 3루 견제 송구 실책 탓에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볼넷을 내준 뒤 계속된 만루 위기에서 후속 타자를 3루수 뜬공으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7회에는 2사 후 이희성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지만, 8회초는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이승원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팀 타선은 8회말에 4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2점 리드를 안고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승원은 2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팀 승리를 지켰다.
양팀은 이날 28안타에 11볼넷 3사구로 24점을 쏟아내는 난타전을 펼쳤다. 이승원은 경기 후 “봉황대기 대회를 앞두고 투구 연습을 했다”며 “경기 전에 등판 소식을 전달 받았고, 상대가 강팀이라 1회부터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직구와 커브 2개 구종 만으로 경남고 타선을 요리했다는 그는 “마운드에서 즐기고 있다. 고교 시절 마지막 대회인 만큼 투수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8강전도 마운드에서 계속 대기할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