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로 얻을 혜택과 예외 사항을 전략적으로 판단한 뒤 접근해야"

입력
2022.09.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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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의 전략산업 육성책과 대응 방안' 토론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편집자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연달아 국내 제조업 육성책을 내놓으며, 외국 기업에까지 ‘Made in USA’를 요구합니다. 미국의 ‘제조업 국가 복귀’ 선언은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을 어떻게 바꿀까요? 한국 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를 알아봅니다.


미국이 반도체 칩·과학법 등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들고나오면서 압박받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받아 낼 수 있는 혜택이나 예외 사항을 전략적으로 판단해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일보가 주최한 '미국 행정부의 전략산업 육성책과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BUY AMERICA 강화시기, 우리 기업의 현황과 대응'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정 수석위원은 미국의 자국 반도체 시장 강화를 위한 반도체 칩·과학법으로 인해 중국과 마찰이 빚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진영화하고 있고, 중국의 생산 단가가 치솟아 베트남 등과 비교했을 때 우위가 사라지고 있어 중국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위협보다①미국이 우방국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②미국 시장에 어떤 설비를 갖춰 생산할지 등을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 수석위원은 "반도체의 경우 미국에 대한 장기적 생산·투자 스케줄이 올해 상반기 거의 완성된 것 같다"면서 "정부는 반도체 자체보다 반도체로 인해 피해 받을 수 있는 다른 부분에 대한 보상, 방어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때문에 배터리 업계가 입을 타격을 두고 정 수석위원은 배터리 생산에 쓰이는 광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투자해 세울 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까지 일부 피해는 감수해야 하지만, 핵심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이라는 얘기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광물은 혜택이 유지되는데, 리튬은 오스트레일리아나 칠레에서 수입해 문제가 없지만, FTA가 체결돼 있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주로 수입하는 니켈이 관건이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산 니켈에 대한 예외를 받아 내는 데 협상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수석위원은 "경쟁력을 가진 전략산업에 대해 선견지명을 가지고 잘 투자해 온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전략산업에 대해서도 분산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안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