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A(32)씨는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그만두고 4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소득이 없는 A씨는 은퇴한 부모와 함께 살며 매달 학원비 등으로 100만 원을 받는다. A씨는 “재취업하기엔 늦었고, 부모님한테 계속 의지하고 있어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며 “사회적으로 도태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년 10명 중 9명이 빈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A씨처럼 학력이 낮고 취업하지 못했을 경우 빈곤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서울시 청년의 다차원적 빈곤실태와 정책방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39세 이하 청년 86%가 빈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서울 청년 3,000명을 심층 조사한 ‘2020년 서울청년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청년 빈곤은 성인 초기에 사회적 과업 수행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과 기회가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
연구원은 빈곤을 △경제 △교육 △노동 △주거 △건강 △사회 △복지 등 7개 영역으로 구분했다.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 50% 미만(1인 가구 기준 97만2,406원 이하)로 경제 빈곤에 처한 청년이 52.9%로 가장 많았고, 건강(우울) 40.3%, 사회(사회적 고립) 37.4%, 노동(실업) 35.4%, 교육 22.9%, 복지 21.3%, 주거 20.3% 순이었다. 3개 이상 영역에서 빈곤에 시달리는 청년도 42.5%에 달했으며, 5개 이상 영역에서 빈곤한 청년도 10.5%였다.
변금선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빈곤을 소득으로만 측정했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경제적으로 빈곤하지 않더라도 건강이나 사회적 고립 등 다른 영역에서 빈곤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빈곤은 우울증 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등 건강이나 복지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별 빈곤 특성도 달랐다. 대학 진학과 취업 준비 중인 20대에선 경제(25~29세 기준 56.5%) 빈곤율이 가장 높았지만, 30대는 경제(35~39세 기준 33.7%) 빈곤보다는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 등 사회(44%)와 건강(39.3%) 빈곤율이 더 높았다.
학력이 낮을수록 빈곤율은 올라갔다. 고교 졸업 이하 청년의 빈곤율은 사회(34.5%)와 복지(21.1%)를 제외한 경제(75.8%), 교육(27.3%), 노동(52.5%), 주거(29.5%), 건강(41.4%) 등 5개 분야에서 모두 4년제 대학 졸업 청년보다 2배가량 높았다.
경제활동 유형별로는 실업 청년의 빈곤율이 73.7%로 나타나, 정규직에 종사하는 청년 빈곤율(38%)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재학 중인 청년들의 경제 빈곤율도 73.7%에 달했다. 실업 청년들은 경제 영역 외에도 사회(43.2%), 건강(50.7%), 복지(27.7%) 등의 영역에서도 빈곤율이 높았다.
연구원은 청년 특성별 맞춤형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변금선 위원은 “지금까지는 주로 소득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면서 “앞으로는 20대와 저학력, 미취업, 실업, 저소득 가구 청년 등으로 지원 대상을 세분화해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