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는 0.5도 낮추고 칼로리는 10kcal 줄였다. 롯데칠성음료가 14일부터 선보이는 희석식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 얘기다. 녹색병 대신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병을 적용하고 캐릭터를 강조한 라벨을 붙이는 등 하이트진로의 대표 제품 '진로이즈백'과 비슷한 패키지 전략이 돋보인다.
①새로는 처음처럼 라인 중 ②'진'(20도) ③'부드러운'(16.5도) ④'순'(16도)에 이어 나온 네 번째 제품이다. 맛있고 즐거운 건강 관리를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saure) 흐름에 맞춰 과당을 첨가하지 않은 '제로 슈거(Zero Sugar)' 소주로 개발한 게 특징이다. 그 대신 칼로리가 없는 감미료인 에리스리톨을 넣어 약 324Kcal까지 칼로리를 낮췄다. 새로는 내년부터 영양 성분 자율표시제가 도입되는 것을 고려해 성분 표시도 미리 적용했다. 제품마다 소주 칼로리가 알려지면 앞으로 저칼로리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번 제품이 어떤 성적표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뜻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위해 투명한 병을 쓰고 병의 모양도 기존보다 둥그스름하게 바뀌었다. 라벨에는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뽑은 구미호 캐릭터를 그려넣어 제품의 특색을 살렸다.
소주는 제조사가 달라도 맛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겉모습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내용물로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품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특히 요즘 젊은 소비자들이 시각적 효과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패키지로 제품의 특징을 살리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불편한 시선도 엿보인다. 롯데칠성음료는 2019년 하이트진로가 투명병인 '진로이즈백'을 내놓았을 당시 공병 재활용이 어렵다며 강하게 비판했는데, 4년 만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 것. 주류업계는 2009년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에 따라 녹색인 공용 병을 재활용해왔는데, 색깔과 모양이 다른 투명병은 수거 업체가 병을 골라내고 보관하기 위해 사람을 더 써야 하고 비용이 발생해 재사용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새로의 등장으로 투명병 논란이 다시 불붙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선에 롯데칠성음료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20년 업체들이 공용병과 투명병의 '1대 1 맞교환 합의'를 맺으면서 빈 병 수거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수거한 빈 병이 투명병이어도 1대 1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남는 투명병은 취급 수수료를 병당 17.2원으로 올려받기로 협의를 마친 상황"이라며 "이후 업체마다 제품의 정체성을 살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다채로운 모양의 병을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한라산의 한라산소주, 2021년 대선주조의 다이아몬드소주, 보해양조의 보해소주 등 최근 시장에 나온 소주 제품들이 투명병을 썼다.
하이트진로 역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하이트진로도 투명병 이슈에 있어서 롯데칠성음료와 한마음이라는 점. 투명병 재사용 문제를 두고 하이트진로는 투명병인 진로이즈백 공병 회수율이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평균 86%에 달해 재사용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판매량이 많은 달에는 회수율이 줄어드는데, 올해는 2월 출고가 조정 예고로 판매량이 늘면서 회수율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제품이 갑자기 많이 팔리는 달을 제외하면 평소 평균 회수율은 9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소주 1·2위 업체의 투명병 사용으로 앞으로 모양이 다른 병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한라산 등 지역 소주 중심으로 투명병이 쓰였다"면서 "메이저 업체가 나란히 투명병을 적용하면서 다른 업체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