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는 '면제' 아닌 '공정한 기회'를 원한다

입력
2022.09.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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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형준 부산시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글로벌 홍보대사 방탄소년단(BTS)의 예술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 적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홍보대사 김연아 선수가 큰 기여를 했던 상황이 연상된다. 부산엑스포가 생산 43조 원, 부가가치 18조 원, 고용 50만 명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엑스포 유치에 민·관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정부는 국내외 대회에서 입상한 소수 예술인에게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흔히들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예술체육요원 복무는 군대를 면제시켜 주는 게 아니다. 현역병과 동일하게 기초군사훈련과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18개월 입대해 복무하는 대신, 34개월 동안 자기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술인들이 더 긴 복무기간에도 예술요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중단 없이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부 입장에서도 예술요원제도를 활용해 해당 분야나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순수문화와 달리 대중문화 분야 예술인이 예술요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K팝이 국악이나 클래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인데, 예술의 귀천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이는 국가가 병역정책을 통해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차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음악도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현대음악의 한 형태라면, 대중예술인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현역병 감소와 병역혜택 확대가 우려된다는 국방부 우려는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지정한 회사에서 제조·생산 업무에 종사하는 산업요원 대체복무 인원은 최근 5년간 7만 명이 넘었지만, 예술체육요원은 250여 명으로 그 0.3%에 불과하다. 더구나 순위를 매길 수 없는 대중문화예술 특성상, 예술요원 선발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최근 K팝의 세계적 위상은 놀라울 정도다. 한국 대중문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꺼운 팬덤을 형성하고 정치·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 미국 매체는 K팝이 "국제관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초이자 진정한 형태의 소프트파워"라고 보도했다.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 전반의 이미지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K팝 시장에서 BTS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 공백이 한류 성장세를 주춤하게 만들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BTS만을 위해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영향력과 성과를 고려해 병역에서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