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대전광역시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 당시 총을 쏜 범인은 이승만(52)으로 드러났다. 범행을 주도한 이승만은 공범 이정학(51)과 범행을 위해 차량 3대를 준비했을 정도로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경찰청은 1일 브리핑에서 "이승만이 2001년 은행강도살인 사건 당시 은행 직원에게 총을 쐈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이승만이 쏜 총에 맞은 은행 출납과장 김모(사망 당시 45세)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지난달 25일 검거된 이승만은 범행 사실을 줄곧 부인했지만, 이정학이 범행 일체를 자백한 데다 프로파일러까지 투입되자 심경 변화가 생겨 진술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승만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범행했고, 이정학은 지시에 따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승만은 사건 당일 훔친 그랜저 XG 차량을 이용해 현금수송 차량을 가로막고 총까지 쐈다. 그사이 이정학이 3억 원이 든 돈가방을 차량에 실어 300m 떨어진 상가건물로 이동했다. 이들은 지하주차장에 미리 준비해 둔 흰색 차량으로 갈아탄 뒤, 서구 갈마동으로 도주했다. 갈마동에 도착한 이들은 이승만의 차량에 돈가방을 옮겨 실었다.
다만 이후 도주 과정에 대한 진술은 다소 엇갈린다. 이승만은 자신의 차량을 타고 대전 동구의 한 야산으로 이동해 돈가방과 권총을 숨겼다가 나중에 권총을 분해해 버렸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정학은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이동해 대구로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권총에 대해서도 이정학은 "이승만이 권총을 바다에 버렸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승만은 "3억 원을 절반씩 나눴다"고 했지만, 이정학은 이승만이 2억1,000만 원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 이승만은 “불법 복제 테이프 도매업을 하던 중 두 번이나 단속돼 사회에 불만이 생겼다”고 했고, “은행 직원이 숨진 것도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 추가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현금수송차량 강도사건 등의 여죄도 이들의 소행을 의심할 만한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이성선 대전경찰청 강력계장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전자 정보와 함께 피의자들의 진술도 거의 일치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본다"며 "공소시효가 남은 강도살인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