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99주기.... "원혼 위로" 추모제 도쿄 등지서 열려

입력
2022.09.01 17:30
참석자 일본 정부 진상 규명 요구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 당시 무참히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애도하는 99주기 추도식이 1일 일본 도쿄와 사이타마현 등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내년이면 100주기가 되는데도 아직 진상 규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전 실행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추도식을 개최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와중에도 300여 명이 참석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원혼을 위로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국가책임을 묻는 모임’의 니시자키 마사오 사무국장은 추도사에서 “가해의 역사를 기억에 새겨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과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는 “일본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지난 7월 40여 개 시민단체가 결성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 추진위원회’의 송미희 공동대표도 참석해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일본의 국가책임을 묻기 위해 남·북·해외, 특히 재일동포, 일본 종교·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이날 도쿄에서 열린 추도식 외에도 사이타마현 세 지역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회가 열렸다. 가나가와현에선 3일, 사이타마시와 지바현에선 4일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모두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집단 학살이 발생해 추후 추모비 등이 건립된 곳이다.

간토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도쿄와 가나가와, 사이타마, 지바 등 간토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 후 발생한 조선인 집단 학살을 말한다. 당시 혼란한 상황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져나갔다. 일본의 경관, 군인, 자경단원 등이 조선인을 죽창과 총으로 잔인하게 학살했다. 희생자의 수는 연구나 보고서에 따라 수백~수만 명까지 큰 차이가 나지만,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였던 독립신문은 6,661명으로 집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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