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 여론조사 떠넘긴 무소신 국방장관

입력
2022.09.02 04:30

국방부가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를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그제 국회에서 의원 질의에 “여러 차원에서 국익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신속한 여론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기존의 신중한 입장에서 달라진 것인데 지금까지 군은 병역자원 부족과 공정성, 형평성 원칙을 앞세워 BTS의 병역특례에 부정적이었다.

국방부의 입장변화가 적절한지도 따져야 할 일이나 더 큰 문제는 여론조사라는 결정 방식에 있다. 국방부는 ‘여론조사 검토’로 말을 바꾸긴 했으나 병역문제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려는 발상 자체가 부적절하다.

여론조사는 물론 사회적 논란에 합의를 끌어내는 합리적 방편이긴 하나 병역문제는 여론에서 답을 찾을 사안이 아니다. 국방의 의무가 여론에 좌우되는 선례가 생긴다면 병역제도 근간은 무너지게 된다. 더구나 문체부 장관이라면 모를까 병역제도 수호가 책무인 국방부 장관이 여론부터 찾는다면 병역의 공정성은 누가 지키겠는가.

이 장관이 “BTS가 군에 와 공연할 수 있다”며 병역 원칙을 강조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이제 와서 여론을 핑계 삼으려는 것은 국민 뒤에 숨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무소신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지금처럼 낮은 이유는 이처럼 소신을 지키고 책무에 충실한 장관다운 장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도 더는 BTS 병역문제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와 달리 병역특례 비판론이 높아진 데는 정치의 책임이 크다.

BTS 같은 대중예술인이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되도록 현행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성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국회, 부처 간에 조정하고 입법으로 뒷받침할 일이지 국방부가 먼저 나서 여론을 살필 일이 아니다. 국방부 장관이라면 BTS 병역특례가 아니라 병력 부족에 따른 과도한 현역 징집으로 매년 수천 명의 사회적 약자, 심신 허약자가 의병 전역하는 현실을 먼저 살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