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른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포르쉐의 매력 – 베가분드 944 사파리

입력
2022.09.01 08:41

포르쉐는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보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며, 모터스포츠 및 레이스에 대해 진심을 다하는 브랜드다.

실제 포르쉐의 역사에 있어 스포츠카의 계보, 모터스포츠 활동 및 성과는 요약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고 폭 넓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쉽게 상상되지 않은 오프로드 및 더트 레이스에서도 포르쉐의 역사, 흔적은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튜너이자 독특한 차량을 꾸준히 선보였던 ‘베가분드(Vegabund)’가 포르쉐944를 기반으로 한 오프로드 스포츠카, ‘944 사파리’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944 사파리는 어떤 차량일까?

특별한 존재, 포르쉐 944

포르쉐 스포츠카의 아이콘은 단연 ‘911’이라 할 수 있다. 911은 데뷔 이후 유럽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스포츠카, 스포츠카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평가 받으며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 944는 어딘가 낯설게 느껴진다.

944는 지난 1982년부터 1991년까지 판매된 쿠페 모델로 엔트리 스포츠카인 924와 아이콘인 911 사이를 채우는 차량이었다. 924와 유사한 형태, 팝업식 헤드라이트가 특징이었으며 보닛 아래에는 2.5~3.0 엔진, 2.5L 터보 엔진 등이 더해진 차량이다.

외형에서 드러나는 정체성

944 사파리(944 Safari)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베가분드는 944를 오프로드 주행 및 야외에서의 생존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는 완성된 944 사파리의 외형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차량의 기본적인 실루엣은 944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추가된 요소들이 상당하다. 큼직한 크기의 서치 라이트가 추가로 더해져 어둠 속에서의 주행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언제든 차체 하부를 보호할 수 있는 패널을 추가로 더했다.

측면에서는 한층 높아진 지상고가 시선을 끌며, 네 바퀴에는 눈길 및 오프로드 주행에서의 우수한 안정감을 보장하는 전용의 스터드 타이어와 견고한 강성의 휠을 더했다. 여기에 머드 가드 역시 충실히 챙겼다.

후면의 모습은 큰 차이가 없다. 깔끔히 다듬어진 직선 중심의 램프,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바디킷과 리어 스포일러 등은 944 고유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더불어 차체 상부에는 루프 랙을 얹어 활용도를 높였다. 실제 944 사파리의 루프 랙 위에는 여러 장비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펠리칸 캐리어, 그리고 주행 중 만약을 위한 풀 사이즈의 스페어 휠, 타이어가 마련되었다.

그대로 이어진 944의 공간

베가분드는 944 사파리를 준비하며 차량의 기능, 디자인에 집중했다.

즉, 실내 공간은 일반적인 944과 큰 차이가 없다. 944는 데뷔한지 오랜 시간이 흐른 차량인 만큼 실내 공간의 고급스러움이나 기술적 가치가 우수한 건 아니다. 대신 포르쉐 고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대시보드, 클러스터 등이 자리한 것을 엿볼 수 있다.

다만 험로 주행 시 운전자를 견고히 지지할 수 있도록 전용의 시트, 그리고 시트 벨트 등을 추가해 안정감을 더했다.

견실히 다듬어진 944 사파리

베가분드는 퍼포먼스 튜닝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사실 944의 파워트레인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험로 주행 시에는 성능보다는 ‘내구성’ 그리고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44 사파리의 성능은 고객이 ‘기반 차량’으로 택하는 944의 사양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참고로 944는 초기형은 약 160마력을 냈으며, 후기, 그리고 고성능 모델인 944 터보 계열 들은 220~250마력의 성능을 냈다.

참고로 944 사파리는 보다 민첩한 주행을 위해 기어 레버를 더욱 줄여 기민한 조작을 지원한다. 더불어 지상고를 높인 서스펜션으로 험로 주행 시의 차체 손상을 줄이고, 주행 범위를 한층 확대했다.

이외에도 LSD, 전용의 배기 시스템 등을 더해 더욱 우수한 주행 질감은 물론 특별한 주행 감성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베가분드는 944 사파리의 판매 가격을 9,900유로(한화 약 1,317만원)으로 책정되었으며 제작은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공장에서 진행된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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