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잘 때 심하게 코를 골거나 코골이를 하던 중 ‘컥’하는 소리를 내며 호흡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뇌 손상과 함께 치매ㆍ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10초 이상 호흡을 멈추거나 상기도가 자주 좁아져 호흡에 문제가 발생하는 수면장애다.
수면 질을 낮춰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일으킨다. 특히 수면 도중 증상이 발생해 환자가 인지하기 어렵고 장기간 방치할 때가 많다는 게 문제다.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치매ㆍ인지장애는 물론 고혈압ㆍ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장기간·대규모 추적 관찰로 수면무호흡증이 성인 뇌 구조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기존에도 수면무호흡증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대부분 추적·관찰 기간이 짧고 대상이 적었으며, 증상이 장기간 이어질 때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성인 1,110명을 수면무호흡증 검사 결과에 따라 △정상군(1·2차 음성) △호전군(1차 양성, 2차 음성) △발생군(1차 음성, 2차 양성) △지속군(1·2차 양성)으로 분류한 뒤, 1차(2011~2014년), 2차(2015~2018년) 등 4년 간격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신경 인지 검사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수면무호흡증 발생군은 집중력·시각 정보 처리 기능 관련 뇌 영역이 손상된 반면, 호전군은 손상된 시각 기억 경로가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속군은 시각 기억 관련 뇌 손상이 발견됐으며, 특히 60세 이상과 남성에게서 이 같은 변화가 더욱 잘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수면무호흡증 발생군의 무호흡 증상이 대부분 경증이었음에도 인지 저하 및 뇌 손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을 조기 발견하지 못하면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치료받지 않으면 치매 등 인지장애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에는 중증 수면무호흡증만 치료했지만 경증 수면무호흡증도 치료·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수면무호흡증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예후가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및 인지장애 발생을 낮추려면 적극적인 진료·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