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개전 초기 러시아에 빼앗긴 헤르손 등 남부 지역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방이 지원한 최첨단 무기를 이용해 남부 전선을 뚫고, 헤르손 근처에선 일부 마을을 되찾았다. 계속해서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반격에 성공하면 전세를 뒤집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남부 지역과 동부 하르키우·돈바스 등 전체 전선에서 활발한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을 향해 "살고 싶으면 지금 도망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날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대통령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러시아 전선을 돌파하고 헤르손 인근 프라우디네 등 4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남부 탈환'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남부 주(州)들은 전쟁 발발 한 달도 되지 않아 러시아에 뺏긴 땅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군을 몰아내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전장에선 갈수록 밀려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 최첨단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군 격퇴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중순부터 헤르손에서 하이마스를 이용해 드니프로 강을 잇는 다리 등을 공격해왔다. 드니프로강은 크림반도와 헤르손 사이를 흐른다. 크림반도의 러시아군이 북진하기 위해선 이곳을 건너야 한다는 의미다. BBC방송 등은 "다리가 막히면서 러시아군의 전력 보충도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외국 정부도 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을 확인했다. 29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남부) 공격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국지적 대응과는 다른 대규모 반격 가능성이 보인다"며 "(반격이) 이미 러시아의 군사 역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남부 전선에서의 우크라이나 측 포격 강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남부 탈환은 불리했던 전세를 뒤집을 기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는 최근 모멘텀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며 "남부 수복에 성공하면 사기를 북돋고, 서방 정부에 '러시아군을 몰아낼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 지원을 유지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시도가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근처 세 전선을 공격했지만, 오히려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피해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최근 공격에서 우크라이나가 군인 560명, 탱크 26대, 전투차량 32대 등을 잃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점검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은 31일 교전 지대를 건너는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시찰단은 전날 키이우에 도착했지만, 남부 전투가 격화해 자포리자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6개월의 노력 끝에 IAEA가 자포리자 원전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는 전쟁 지역으로 가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명시적인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