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장관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후퇴 없다"

입력
2022.08.31 17:27
논란 사안에 대해 "단호한 입장" 재차 강조
기재부의 중대재해법 개정 의견에 대해선
"주무부처는 고용부" 명확히 선 그어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산업계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완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손을 대더라도 법 도입 취지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3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를 연 이 장관은 최근 고용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각종 제도 개편 관련 우려에 대해 "명확히 해달라고 해서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답했다. 간담회는 사전에 정해진 주제나 형식 제한 없이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이날 관심은 산업계에서 꾸준히 완화를 요청하고 있는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에 집중됐다. 고용부는 올해 10월까지 운영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주 52시간제를 포함한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계산' 등이 유력한 개편 방향으로 꼽히는데, 노동계는 제도 개편으로 실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국가들 중 여전히 가장 길었다.

이 장관은 "후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게 나쁜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다양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며 "전제는 주 52시간 틀을 유지한 채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이라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주 52시간제를 월 단위 계산으로 바꾸더라도 '11시간 연속 휴식' 등 단서를 붙여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기업 입장을 대변한 의견을 내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는 "노사는 물론 부처 간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어도 주무부처인 고용부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재부 의견대로 흘러가는 등) 우려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장에서 법이 입법 취지에 맞게 작동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본부장은 "만약 기재부가 과하게 압박하는 형태로 우리에게 제안했다면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이번에는 견해 제시 수준이라고 봤다"며 "형사처벌이 걸려 있는데 법 조항이 모호해 대응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니 최대한 명확하게 해주겠다는 우리 기준을 가지고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건을 든 이 장관은 "기본적으로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합법 테두리 내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노사 합의를 위해 경남 거제시에 두 번 내려갔다. 다만 그는 "고용부 장관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현장에 가는 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지방 노동관서와 노사가 대화로 협의하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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