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박인비 프로를 닮고 싶어하듯이 10년 후 나를 닮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레이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예원(19·KB금융그룹)의 소망이다. 물론 ‘신인왕 출신’이라는 타이틀만은 필수다. 최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만난 이예원은 “당장은 프로 첫 우승과 함께 신인상을 타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KLPGA 투어 신인왕 경쟁은 해마다 치열하다. 특히 3~5년 주기로 '대어급'들이 한꺼번에 데뷔하는 이른바 ‘슈퍼루키 시즌’이 펼쳐지곤 했다. 고진영(27) 김민선(27) 백규정(27)이 데뷔했던 2014시즌과 임희정(22) 박현경(22) 조아연(22)이 등장했던 2019시즌이 대표적이다. 두 시즌 모두 막판까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이 펼쳐지면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역시 ‘슈퍼루키 시즌’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예원과 함께 윤이나(19) 권서연(21) 서어진(21) 손예빈(20) 마다솜(23) 등 국가대표 출신 실력파 신인이 대거 데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를 거듭하면서 이예원의 독추 체제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신인왕 레이스는 꾸준함의 이예원이 먼저 치고 나갔다. 그러다 장타력을 앞세운 윤이나가 7월 이후 경기력이 살아나며 흐름을 바꿨고 신인 중 가장 먼저 우승까지 차지하며 이예원을 바짝 쫓았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 논란으로 올 시즌 남은 투어 경기 출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31일 현재 이예원은 신인상 포인트 1,797점으로 이 부문 1위다. 2위 마다솜(1,516점)에게 280점 이상 앞서 있다.
신인왕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지만 이예원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신인왕을 하려면 항상 꾸준한 플레이를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남아 있는 시합도 많고 (포인트가 많이 주어지는) 메이저대회도 여럿 남아 있어 선두를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지금처럼 매 라운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예원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수는 박인비(34)다. 기복 없이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점을 닮고 싶다고 했다. 그는 “멘털도 강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계속 이어가는 박인비 프로를 닮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예원은 롤모델인 박인비 못지 않은 꾸준한 경기력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해 아직까지 우승은 없지만 컷 탈락한 대회가 단 3번 뿐일 정도로 안정적이다. 특히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선 준우승을 차지했고, 롯데 오픈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톱5’ 이내만 6차례 들었다. 우승은 없어도 우승권 경쟁을 펼친 대회가 많았다는 의미다. 주변에서 “이제 우승만 남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예원의 강점은 ‘샷 정확도’다. 티샷 정확도를 의미하는 페어웨이 안착률이 77.31%로 6위,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의미하는 그린 적중률이 75.42%로 14위다. 전체 32위에 올라 있는 드라이브 비거리(241.65야드) 기록이 상대적으로 나쁘게 보일 만큼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퍼팅 감각이 올라온다면 언제든 우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이예원은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확실히 우승이 많은 언니들하고 저하고는 (그린 주변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며 “특히 과감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치고 안정적일 때는 방어적으로 칠 줄 아는 박민지 언니의 플레이는 정말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라면 누구나 우승의 순간을 꿈꾼다. 하지만 이예원은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급하게 굴면 내 플레이가 망가질 것 같아 꾸준함을 유지하려고만 한다”면서 “그래도 우승을 할 수 있다면 메인 스폰서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