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율 1.49% 인상…인상률 5년래 최저인데 반발 이유는

입력
2022.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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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보험료율 22년 만에 첫 7% 돌파
시민단체 "수원 세 모녀 사건 벌써 잊었나"
건보 보장률보다 빠른 보험료율 인상 속도
'문재인 케어' 수정에 혜택 감소 우려도

"수원 세 모녀는 1만 원대 건강보험료조차 내지 못해 가입 자격을 잃었다."

정부가 2023년도 건강보험료율을 1.49% 인상한 30일 "서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물가 폭등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자 인상률을 최근 5년간 가장 낮게 잡았지만 소용없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건보 재정 지출 개혁 움직임을 고려하면 국민 혜택이 줄고 부담은 늘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출구조는 손보되 건보 보장성이 후퇴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 결과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1.4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가 월평균 약 2,000원, 지역가입자는 약 1,600원 오른다.

내년 보험료율은 7.09%로, 올해(6.99%)보다 0.1%포인트 인상됐다. 보험료율이란 직장가입자가 월 소득 대비 내는 보험료다. 7%를 넘긴 건 2000년 지역·직군별 의료보험이 단일보험으로 통합된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은 205.3원에서 208.4원으로 오른다.

보장률은 정체인데…보험료율 2026년 8% 전망도

복지부는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동결된 적이 있지만 최근 5년간 인상폭 중 가장 낮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3.49%나 뛰었다. 9월부터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시행으로 수입이 줄 것을 우려해 2% 정도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이보다 약 0.5%포인트 낮게 잡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상폭 자체가 낮을지 몰라도 보험료율이 7%를 넘었다는 건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빠르면 2026년쯤 보험료율이 8%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메워야 하는 만큼 보험료율 법정 상한선(8%)에 금방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7% 돌파'에 주목하는 건 국민의 건보료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건보 보장률'은 지난해 기준 65.3%로, 2017년(62.7%)보다 2.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전 정부가 건보 보장성 확대를 목표로 '문재인 케어'를 시행했지만 소폭 상승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보장률은 80%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보험료율이 오른 만큼 보장률이 오르면 다행인데, 보장률보다 보험료율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문재인 케어 전면 수정'에 강한 의지를 보여 보장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료율 인상, 비급여 규제, 국고 지원 강화 필요"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며 "서민이 생존을 위협받는 와중에 보험료 부담이 늘어 불평등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건보 재정의 20% 국고 부담'을 규정한 정부지원법은 올해 일몰돼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재정 지원 강화와 건보 지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건보 보장률을 떨어뜨리는 신규 비급여 항목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고, 보험료율은 경제성장률과 연동해 인상을 억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국고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해 일몰제를 폐지하는 입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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