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 별세

입력
2022.08.30 18:30
24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인
경영난 일본항공(JAL) 일으켜 세우기도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려 온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가 지난 2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향년 90세.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쇼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인 중 하나인 그는 교세라와 KDDI를 창업해 키워냈으며, 경영난에 빠진 일본항공(JAL)을 재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고시마대 공학부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한 그는 회사원으로 일하다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을 빌려 교토세라믹(현 교세라)을 창업했다. 부문 단위로 효율과 수익을 엄격히 관리하는 ‘아메바 경영’ 방식을 창안하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교세라를 전자부품, 반도체, 태양전지, 휴대폰까지 다루는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창업 당시 28명에 불과했던 교세라의 직원 수는 현재 세계 30여 개국 8만3,000명에 달한다. 전자·통신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그는 1984년 통신사업 자유화 움직임에 맞춰 ‘다이니덴덴’을 창업하고, 이후 KDD 등을 합병해 현재 일본 2위 이동통신회사인 KDDI를 탄생시켰다.

200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가 2010년 다시 소환된 것은 파탄에 이른 JAL의 재건을 위해서였다. 78세의 나이에도 ‘세상을 위해 도움 되는 것이 인간으로서 최고의 행위’라는 인생철학을 바탕으로 무보수로 회장직을 맡았다. ‘아메바 경영’을 JAL에도 도입해, 회장을 맡은 지 2년 8개월 만에 재상장을 이끌었다.

그는 기업 경영뿐 아니라 지역사회 활성화와 문화예술 진흥, 기업가 육성 등에도 힘을 쏟은 것으로 유명하다. 1983년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자원봉사로 경영 방식을 가르치는 세이와주쿠(盛和塾)를 설립, 만년까지 꾸준히 세계 각지에서 강연을 열어 총 1만 명을 가르쳤다. 1984년에는 보유 주식과 현금 총 200억 엔을 들여 설립한 이나모리재단을 통해 과학·예술 분야에서 활약한 사람에게 ‘교토상’을 수여해 왔다.

아사히신문은 그가 말년에 과거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기업들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업인으로서보다 먼저 인간으로서 무엇이 옳은 행위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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