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문정희 지음. 시력 50여 년에 달하는 문정희(75) 시인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는 그의 기념비와도 같은 작품이다. 이번 시집은 작가가 끝없는 반복으로 '나'와 만나고 대화하며 건넨 말에 집중했다. "다 만든 옷을 잘라 미완성을 만든다 / 그것이 그의 완성이다 /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 그 언어만이 시라고 생각한다"('디자이너Y') 민음사·180쪽·1만2,000원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김준녕 지음. 김초엽, 천선란 등 젊은 작가들을 배출한 한국과학문학상을 받은 작품(제5회 장편 부문 대상)이다. 기후 위기 때문에 식량난에 시달리는 한국을 보여준 1부와 살아남기 위해 우주로 나간 지구인들이 살아가는 폐쇄된 우주선 '무궁화호' 안을 담은 2부로 나뉜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을 아릿하게 그렸다. 허블·456쪽·1만6,000원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신해경 옮김. 1970년대 여성의 글쓰기에 대한 미국 문단의 차별과 편견을 깬 작가다. 10년간 남성적 필명으로 활동한 작가(본명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의 성별이 밝혀진 후 '팁트리 쇼크'라는 말도 생겼다. 그의 첫 SF 소설 단편집이 국내에 초역 출간됐다. 다채로운 배경과 등장인물의 단편 13편이 수록돼 있다. 엘리·492쪽·1만7,500원
△햄닛
매기 오패럴 지음. 홍한별 옮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열한 살짜리 아들 '햄닛'이 죽고 4년 후 비극 '햄릿'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장편소설이다. 2020년 여성문학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인간의 미래를 읽는 마을의 치료자인, 작중 셰익스피어의 아내 애그니스를 중심으로 방대한 서사를 풀어간다. 문학동네·500쪽·1만6,500원
△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현대 노르웨이 문학의 거장이 내놓은 최신 장편소설이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외골수 '톨락'. 암 진단을 받은 그가 수년 전 실종된 아내 '잉에보르그'와의 관계 속에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을 자녀들에게 털어놓기로 결심하면서 서사는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본다. 작가정신·264쪽·1만4,500원
△이안의 멋진 집
건축가 이안은 과학자·예술가·정원사 친구의 집을 지어 주고, 친구들은 각자의 집이 최고라고 자랑한다. 이에 이안은 친구들의 개성과 선호를 모두 담은 자신의 집을 새로 짓는다. ‘공존’을 말하는 책으로, 집 안을 복잡한 미로를 투시하듯 표현한 게 특징이다. 영국에서 활동하며 2016년 세계일러스트레이션상(WIA)을 받은 신아미 작가가 한국에서 출간한 첫 그림책이다. 오늘책·28쪽·1만3,000원
△거북이자리
서우는 또래보다 조금 느리지만 종이접기를 잘하고 주변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서우에게 ‘북이’라고 부른다. 달리기 시합이 있는 날, 발이 느린 서우 때문에 서우네 반은 꼴찌를 한다. 서우는 하굣길에 본 거북을 떠올리며 종이 거북을 접고 거북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족함만 바라보다 삶의 행복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책읽는곰·48쪽·1만4,000원
△소문
시간의 흐름은 자연의 변화를 통해 가시화되곤 한다. 독특한 그림책 '뭐라고 불러야 해?'를 선보였던 천준형 작가는 '소문'에서 자연의 색으로 시간을 감각하는 과정을 그린다. 새싹이 자라고 숲이 우거지면 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토끼, 사슴, 원숭이 등 동물 손님이 모여든다. 초록빛에서 노란색으로, 다시 갈색으로 변하는 '이것'을 먹기 위해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킨더랜드·56쪽·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