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에 근접했지만 넘어야 할 막판 변수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역에서 발견된 미신고 핵물질에 대한 처리가 대표적이다.
이란이 지속해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나서고 있는 것도 협상 타결에 걸림돌이다. 핵 합의 복원이 자칫 이란의 핵무기 제조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은 “이란이 미국 정부에서 받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중재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달 2일 이후에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이달 초 유럽연합(EU)에서 받은 중재안에 대한 답변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피드백을 지난 24일 이란에 보냈다. 앞서 지난 23일 이란이 혁명수비대(IRGC)에 대한 미국의 테러단체 지정 해제 등 핵심 요구사항을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EU가 내놓은 중재안에는 양측 간 협상이 타결되면 165일 동안 4단계에 걸쳐 핵 합의를 복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단계는 미국 은행의 이란 자금 동결을 해제하는 동시에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2단계에선 미국이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의회 승인 절차를 받는 조치에 들어간다. △3단계는 미 의회에서 승인이 이뤄지면 미 국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 핵 합의 복원을 통보한 뒤, △4단계에선 남은 대이란 제재를 모두 해제하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쇄하게 된다.
다만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란 전역에서 발견된 인공 우라늄에 대한 처리 방침이다. 미신고 장소는 이란의 투르쿠자바드와 마리반, 바라민 등으로 이스라엘이 과거 이란의 비밀 핵 개발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 29일 취임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미신고 지역에서 발견된 인공 우라늄 입자에 대한 조사를 중단해야만 핵 협정 복원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이란이 조사를 끝까지 거부하면 미국은 핵 합의 협상을 지속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이란이 미국과 핵 합의 협상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나탄즈 핵시설 연료농축공장(FEP)에 설치된 IR-6 원심분리기에서 순도 60%의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 IR-6는 원심분리기 중 가장 진보된 모델로 초기모델인 IR-1보다 농축 속도가 20배나 빠르다. 2015년 이뤄진 미-이란 간 핵 합의에선 IR-1의 농축만 허용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은 IR-6를 최근 다른 핵 시설에도 설치해 가동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런 행동들은 핵 합의에 나선 이란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