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대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20%대로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주민 수용성, 실현 가능성 등을 감안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0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다. 전기본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 설비와 전원 구성을 설계하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다.
10차 전기본은 태양광 발전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수요전망 체계를 '총수요 전망체계'로 바꿨다. 기존엔 전력시장에서 나타나는 수요만 전망했지만, 이번엔 전력시장 내 수요에 한전과 전력거래계약(PPA)을 맺은 태양광, 자가용 태양광을 포함한 총수요를 전망한 뒤 자가용 발전량을 차감한 사업용 전력수요를 기준 수요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출된 2036년 최대전력 수요는 117.3GW다.
2036년에 발생하는 최대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총 143.1GW 용량의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원전에서는 가동 중인 12기를 2036년까지 계속 운전하고, 6기를 추가 준공할 예정이다. 석탄발전은 감축기조를 유지해 2036년에 30년이 도래하는 26기를 폐지하고, 대신 이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LNG발전소는 5기가 새롭게 준공된다. 재생에너지는 사업자 계획조사에 기반해 이미 발전허가를 받았거나 계획입지 등 실현 가능한 물량 수준으로 반영했다.
목표설비 143.1GW를 확보하기 위해 발전현장에 실제 설치되는 설비용량은 총 237.4GW다. 특히 피크기여도가 낮은 재생에너지 설비는 올해 28.9GW에서 2030년 71.5GW, 2036년 107.4GW로 확대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회는 재생에너지 확대 수용을 위해 저장장치 등 유연서 백업설비 및 계통 안정화 설비의 신규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30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정부가 앞서 세운 2030NDC와는 사뭇 달라진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면서 각 전원별 발전 비중을 원전 23.9%, 석탄 21.8%, LNG 19.5%, 재생에너지 30.2% 등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10차 전기본은 원전 비중을 32.8%로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1.5%로 크게 줄였다. 10차 전기본 총괄분과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현재의 재생에너지 보급 추세,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 시 2030NDC 상향안의 30%대 달성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검토됐다"며 "21.5%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 수용성 등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도리어 이를 핑계삼아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는 건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수용성 문제는 노력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핑계삼을 대상이 아니다"며 "선진국들은 관련 공급망을 자국 내 유치하기 위해 각종 제도와 법안, 시장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시장도, 제도도, 지원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