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와 이로 인한 이재민 피해에 대해 유희동 기상청장이 30일 "매우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다만 날씨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통적 장마'로 불렸던 현상이 깨지고 있다며 "기후변화 시대의 중심으로 들어선 지금, (폭우) 패턴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슈퍼컴퓨터도 과거 관측 자료를 넣고 (향후 날씨 예측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균값에서 어느 정도 (폭우) 범위를 예측할 수 있지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은 세계 어느 컴퓨터로도, 어느 모델로도 예측하기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달라진 여름 장마에 대해 "한국형 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여름철 비 형태에 대해 학계, 국민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을 거치고자 한다"고도 밝혔다.
지난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에 대해 애초 기상청이 예측한 강수량은 시간당 최대 80㎜. 하지만 일부 지역에 시간당 136㎜가 쏟아지며,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기상청) 슈퍼컴퓨터에서 나온 결과도,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가진 유럽증기예측센터 모델도 8일 서울에 시간당 70~80㎜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모델, 선진국 최고 전문가가 와도 이 이상의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최근 10년간 국내 강수 관측 자료를 분석한 '장마 백서'를 출간했다. '요점을 알려 달라'는 요청에 유 청장은 3가지 특징을 꼽았다.
먼저 ①장마 기간과 강수량의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 유 청장은 "장마철 기간이 짧고 길었던 해, 강수량이 많고 적었던 해가 평균에서 벗어난 경우가 자주 나타났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②장마 기간 집중호우의 빈도가 매우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③장마철 이후에 강수 형태가 변했다. 유 청장은 "과거에는 8월 하순이나 9월 초순에 소위 말하는 가을장마라는 형태로 비가 많이 왔는데, 최근에는 8월 초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과거 장마의 특징이 최근 10년간 잘 들어맞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요즘 비'는 안타깝게도 예측이 어렵다. 유 청장은 "소위 저희가 예측 불가능할 정도의 그런 변화"라며 "(예전) 장마는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움직이며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는데, 근래에 내리는 비는 이런 형태가 아니고 폭우 형태로 내리고 그치길 반복한다. 주기도 아주 짧게 나타났다가 중간에 폭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해외와 비교해서 크게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수치 예보 모델이 (실제 날씨와) 얼마나 잘 맞느냐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저희가 6, 7위 정도"라고 밝혔다. 다만 기상청 예보가 자주 틀리면서 생긴 '오보청'이란 별명에는 "(예보 예측이) 확실히 어려워진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할 내용이 많아져 예보관들이 예전보다 50% 정도 분석 시간을 더 내는데도 과거 예보 정확도를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오보청 논란과 함께 나온 우스개소리(기상청이 운동회 하는 날에는 비가 온다)는 사실일까. 진행자 질문에 유 청장은 "한 번"이라고 답했다. 그는 "1994, 95년인데 당시 예보력은 현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며 "현재는 체육대회가 없어졌지만 행사가 있다 하더라도 당시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