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로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고급두뇌를 기르는 대학원의 현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난 3년간 258개의 대학원이 문을 닫았다. 지방에 소재한 대학에 대학원생 모집이 어려운 것은 수십 년 된 얘기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대학 교수들은 똑똑한 제자 받아보는 것이 그림의 떡 같은 얘기다.
그런데 수도권의 대학원도 사정은 좋지 않다. 인기 있는 이공계과를 제외하면, 심지어 소위 SKY대라고 하는 대학들조차도 직장을 다니지 않고 전일제로 학문에만 열중하는 대학원생의 부족현상은 오래전부터 보편화돼 있다.
대학원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질문도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명은 심오한 학문적 연구가 있어서 가능했다. 우주선 발사나 스마트폰이 그냥 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이론이 뒷받침돼서 가능하다. 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가 이제 따라갈 외국의 이론도 없다.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그런 인재를 대학원에서 길러야 한다. 그러니 대학원에 학생이 없어서 텅 비어간다는 현상은 결코 가벼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수한 학부 졸업생들이 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으려 하는가? 석사학위는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천신만고 끝에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40%는 임시직이 되며, 특히 인문사회계열 박사는 취직자리가 하늘의 별따기다. 우수한 학부생들이 대학에서부터 법전원 준비나, 고시, 대기업 취업으로 쏠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나마 학문에 뜻을 두는 학생들은 국내 대학보다는 외국 대학에 눈을 돌린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두뇌유출 지수(순위가 낮을수록 인재 유출이 심함)도 안심할 수준이 못된다.
그런데 국내 대학원 중 그나마 양호한 상황에 있는 학교가 있기는 하다. 카이스트를 대표로 하여, 소위 이공계 과기원 대학원들이다. 카이스트의 신입생 충원율은 94~96%나 된다. 그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은 1,324만1,935원의 장학금을 받고 있어서, 다른 국립대학들에 비해 월등한 조건에서 학업을 하고 있다.
나아가서 남학생의 경우, 소위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제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대학원 과정 수료 후 2년 동안 대체 복무를 하고, 1년 동안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하면 병역복무에 갈음하는 제도다. 병역법 시행령 78조 1항에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부 산하의 대학이름이 나열돼 있다. 같은 대한민국 땅에 있는 국립대학의 공대생인데, 대학에 따라 차별적인 병역혜택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이것은 개발연대에 이런 목적하에 설립된 '공과대학'만 능력 있는 기술인을 양성한다는 사고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를 선도할 우리나라는 다양한 분야의 대학원생을 길러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원의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공계, 그것도 특정 공대에 특혜를 주는 것은 구시대의 발상이다.
물론 각 대학들도 대학원생들의 학습환경을 개선하고,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국내 대학원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여 '외국에 인재를 유출시키고, 박사학위를 받아오는 그 인재를 다시 국내교수로 쓰는' 과거 모델로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 대학원의 경쟁력을 확보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