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기] 타율 0.390 ERA 0.00… ‘투타 겸업’ 김건희 "포수? 투수? 아직 둘다 재미있어요"

입력
2022.08.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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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든 포수든,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선수다. 지도자 입장에선 좋은 선수를 육성하는 재미가 있다.” (김덕윤 원주고 감독)

‘투타 겸업’ 원주고 포수 김건희(3년) 얘기다. 김건희는 올해 전국대회 총 47타석(15경기)에서 타율 0.390에 OPS(출루율+장타율) 1.102로 맹활약 중이다. 지난 2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32강전 제물포고와의 경기에서는 올해 첫 홈런을 터뜨린 뒤 9회부터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퍼펙트로 막는 '원맨쇼'를 벌였다.

포수 능력은 가장 출중하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로부터 강한 어깨는 물론, 풋워크와 팝 타임(미트에 꽂힌 뒤 포수가 던진 공이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가는 시간) 경기 운영 등 포수 능력 전반에 걸쳐 ‘완성도 높다’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투수로도 올해 11.2이닝(8경기)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은 ‘0’으로 완벽했다. 4사구 3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은 무려 12개나 잡았다. 실제로 일부 구단은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포수와 투수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질문에 그는 “포수는 초등학교 4년 때부터 배운 정든 포지션이라 쉽게 포기 못한다”면서 “팀 사기가 떨어졌거나 수비가 흔들릴 때 내가 그라운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투수에 대해선 “최근에 시작했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재미있다. 몸쪽 빠른 공은 자신 있다. 변화구는 배운지 얼마 안돼 완전하진 않지만 계속 완성해가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연습경기 도중 홈 태그 과정에서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 부상을 입고 수술을 하면서 2개월 가량 쉬었다. 그런데 오히려 투수 재능을 발견하는데 전환점이 됐다. 재활 중이던 6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았는데 최고 구속 150㎞(비공식)를 찍었다. 김건희는 “중학교 때 가끔 마운드에 오른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투수 수업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부상 직후 (포수로서) 팀에 아무런 보탬이 안돼 고민하던 차에 감독님과 코치님이 투수를 권하셨고, 나 역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U-18 세계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솔직히 많이 아쉽고 속상했다. 주변에서 위로도 많이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더 성장해 나중에 성인 국가대표팀에 가라’는 감독님 말씀에 생각을 바꿨다”면서 “대표팀 친구들보다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을 깨닫고 보완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되리라 믿는다”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올해 원주고는 전국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건희는 “고교 마지막 대회다. 동기ㆍ후배들과 똘똘 뭉쳐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면서 “개인적으론 야구를 읽고 끌어갈 줄 아는 ‘플레이메이커’가 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