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1㎜ 사우디에 하루 26.6㎜ 폭우, 중동도 기후변화로 몸살

입력
2022.08.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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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의 축복'이던 비가 재앙으로 돌변
수자원 관리 둘러싸고 중동 각국 갈등
중동 국가도 기후변화 대비에 나서야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등 세계 도처에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105년 만에 서울에 하루 동안 38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큰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중동 국가 역시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동 지역의 평균 기온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에 비해 2배 정도 빠르다고 한다. 여름철 50도를 넘는 살인적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가뭄이 길어진 탓에 사막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흔히 '중동' 하면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가 사막이다. 그만큼 이 지역은 비가 적게 오기 때문에 수자원이 부족하다. 세계자원연구소(Global Resources Institute)가 2019년에 발표한 수자원 리스크 지도에 의하면 물 부족이 심각해 극심한 물 스트레스를 받는 전 세계 17개국 중 11개국이 중동 국가(레바논, 리비아,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요르단, 이란, 이스라엘, 카타르, 쿠웨이트)이다.

기후변화는 가뜩이나 부족한 중동 지역의 수자원을 더 고갈시키고 있다. 올해 유프라테스강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이라크에서는 약 3,400년 전 미탄니 제국 당시 이라크 고대 유적지가 2018년에 이어 재차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뭄과 사막화에 이어 강수량이 감소한 탓에 도처에서 거센 모래바람이 불기도 한다. 이라크에서는 모래바람 탓에 거리에 모래 먼지가 쌓이고, 공항과 학교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수자원 부족은 때때로 중동 국가 간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나일강을 둘러싸고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가 갈등을 빚어 왔다. 과거 튀르키예가 아타튀르크 댐을 건설하자, 시리아, 이라크는 유프라테스강에 대한 튀르키예의 통제 강화를 우려해 반발했다. 최근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자 시리아, 이라크, 이란, 튀르키예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때 아닌 여름철 물난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는 하루 동안 억수같이(?) 26.6㎜의 비가 내렸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고작 26.6㎜에 불과하지만, 비가 잘 오지 않아 배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리야드(7월 평균 강수량 1.1㎜·웨더아틀라스 기준)에서는 물난리도 그런 물난리가 없었다. 리야드에 여름철 마지막 폭우가 내린 것은 1970년 7월이므로, 이번 리야드 집중호우는 가히 52년 만의 역대급 강우로 기록되었다.

사우디에 비가 전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여름에는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다. 사우디 기상청은 여름철 비가 내리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라 지적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알 아인 등에서도 지난 7월 30년 만에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예기치 않은 여름철 집중호우에 차량 및 가옥 침수 등 피해가 컸다. 이슬람의 성지 메카를 관할하는 주정부는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사막 지대의 일시적 하천인 '와디'를 차량으로 건너다 적발될 경우 최대 1만 사우디 리얄(약 355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비가 잘 오지 않는 중동에서 무슬림들은 비를 유일신 알라의 축복이자 선물로 여긴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내리는 여름철 폭우는 당연히 달갑지만은 않다. 2021년 세계기상기구(WMO)는 강한 폭염과 홍수와 같은 기상 변화가 새로운 표준인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국가들 역시 기후변화가 촉진한 뉴노멀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