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한반도의 중심에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제19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가 4일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고석정 및 비무장지대(DMZ) 코스에서 열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떨쳐내고 3년 만에 다시 열려 의미가 깊다.
한국일보와 철원군이 공동 주최하고 철원군체육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DMZ풀코스(42.195㎞)와 DMZ하프코스(21㎞), 10㎞, 5㎞, 은하수길 걷기(5㎞) 부문으로 나눠 열린다. 최고 수준의 동호인들과 주한 외교사절 등 5,000여 명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룬다. 국내 마스터스 대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철원군민들도 추석을 앞둔 황금들판을 달리는 잔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DMZ코스가 국내에서 최초로 대한육상연맹 공인을 받았다는 점은 최대의 자랑거리다. 72년 전 6·25 전쟁의 아픔과 황금들녘이 공존하는 대회 코스는 세계 어느 대회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풀코스는 고석정 스타트라인을 출발해 월하삼거리와 동송저수지, 과거 북한 노동당사, 필승사격장, 황금들판을 거쳐 다시 고석정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지역 내 제6보병사단은 이날 하루 대회를 위해 민간인통제구역(15㎞)을 개방한다. 한반도에 다가올 평화를 기원하며 코로나19로 굳게 잠겼던 민통선 빗장이 3년 만에 풀린다.
하프코스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과 녹슨 기차로 잘 알려진 월정리역 DMZ평화문화광장에서 출발한다. 필승사격장과 대위리 통제소, 민통선 구간 등을 거쳐 고석정에서 레이스를 마무리한다. 하프코스 참가자는 이날 오전 고석정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인 월정리역으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
육상 전문가들은 "하프코스와 10㎞, 5㎞ 코스도 심한 경사 없이 출발과 동시에 때묻지 않은 자연을 만나 피로도가 적기 때문에 자신의 최고기록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50만 년 전 화산활동이 빚은 한탄강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은하수길 걷기'는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절벽에 자리한 주상절리는 한탄강과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용암이 분출해 탄생한 국가지질공원의 자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리는 대회인 만큼, 푸짐한 기념품과 시상이 대회 참가자들을 기다린다. 주최 측은 대회 참가자 모두에게 철원 오대쌀(3㎏)을 증정한다. 맑은 물과 기름진 땅에서 결실을 맺은 오대쌀은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철원사랑상품권(6,000원)도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주최 측은 남녀 풀코스, 하프코스는 10위까지, 10㎞와 5㎞는 각각 7위, 5위까지 상금과 상장, 트로피를 수여한다. 최고령 참가자와 20대부터 60대 이상 연령대별 상위 5위까지 오대쌀과 상패를 준다.
후삼국시대 궁예(857~918)가 철원을 도읍으로 한 태봉국을 건국한 해를 기념해 1,117번째 신청자와 행사 당일 숫자를 의미하는 풀코스 904등에게 행운의 상금을 준다. 가장 많은 회원이 참가한 단체도 상위 10위까지 상금을 준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DMZ와 황금들녘을 달리기 위해 철원을 찾아주시는 참가자들을 환영한다"며 "완주의 기쁨과 함께 철원 곳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갖고 돌아가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