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철도물류 초석...한국철도공사 '2배 길이 화물열차' 성공 [중원 르네상스-변방에서 중심으로]

입력
2022.09.05 18:00
777m 장대화물열차 오봉~부산신항 안전 수송
내년 상반기 정기운행 목표로 보완점 개선 중
수송력 52% 증가...만성적자 획기적 개선 기대
나희승 사장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 접목할 것"

편집자주

9월 6일 16면 발행하는 대전 지역본부 특집 기획물입니다.

한국철도공사는(코레일) KTX 두 배 길이에 달하는 장대화물열차의 경부선 시험운행에 성공하며 지속가능한 철도 물류의 초석을 다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50칸(777m)에 이르는 장대화물열차가 지난 7월 19일 경부선 본선인 경기 의왕 오봉~부산신항(402.3㎞) 구간까지 영업 시험운행(시속 90㎞)에 성공했다.

KTX-1(20칸·388m)의 두배에 달하는 장대화물열차는 이날 오전 5시 4분 오봉역에서 출발해 김천역을 거쳐 5시간 53분 만인 오전 10시 57분 부산신항역에 도착했다. 일반 여객열차 등 여러 영업열차가 운행하는 경부선 선로에서 50칸의 화물열차가 실제와 같은 방식으로 영업운행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시험운행에선 컨테이너 화차 50칸을 전기기관차 2대가 앞에서 끌었다. 컨테이너에는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수출용 화물을 실어 실제 영업운행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 진행됐다.

코레일은 앞서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부산신항~진례역 구간(21.3㎞), 부산신항~가천역 구간(98.1㎞) 시험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코레일은 내년 상반기 장대화물열차 정기 운행을 목표로, 시험운행에서 나온 보완점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장대화물열차 시험운행은 코레일이 열악한 경영상태 해결을 위한 자구책 중 하나로 시행한 것이다. 코레일의 연간 적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1,5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철도 물류사업에서만 도로 위주의 수송, 인프라 투자 부족 등으로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까지 더해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김범열 코레일 물류계획처장은 "만성 적자 구조 타개를 위해 한 번에 최소 64칸 이상 수송이 필요한데, 1단계로 50칸을 싣고 시험운행을 추진한 것"이라며 "실제 상업운행을 위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장대화물열차를 도입하면 철도의 '대량수송'과 효율성 등 장점을 최대한 살려 물류 수익의 획기적인 개선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운행하는 컨테이너 화물열차는 평균 33칸으로, 수송능력이 20피트 기준 66TEU다. 50칸인 장대화물열차를 도입하면 이보다 수송능력이 52%(20피트 100TEU)나 향상된다. 또 장대화물열차는 친환경 운송수단으로서, 친환경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레일은 다만 50칸 장대화물열차 운행을 위해선 900m 이상 대피선이 운행선상에 필요함에 따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를 하고 있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새로운 철도물류사업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창출해 재무건전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시대 디지털 화물관리시스템 등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접목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물류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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