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4)가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30명 선수만 출전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한국인 역대 최고이자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아쉽게 1타차 뒤진 준우승이다. 임성재는 통한의 14번(파4) 홀 더블보기로 한국인 최초 페덱스컵 우승 트로피를 드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 골프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임성재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5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20언더파를 기록하며 매킬로이(21언더파)에 한 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에 1타 모자랐지만 임성재의 투어 챔피언십 준우승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선수 최고 성적이다. 종전엔 투어 챔피언십에선 최경주(52)가 2011년 기록한 공동 3위, 플레이오프 대회 합산 성적인 페덱스컵 랭킹에선 2007년 최경주의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임성재는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지 생각하지 못했다. 솔직히 플레이오프 최종전은 5등이 목표였는데 2위라는 성적을 내서 너무 기쁘다”며 “가장 큰 토너먼트에서 나흘 내내 일관성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성재는 준우승 보너스 575만 달러(약 77억원)을 챙겼다. 앞서 556만7,974달러(약 75억원)를 벌어들였던 임성재는 시즌 최종 상금이 1,131만7,974달러(약 152억원)로 크게 늘었다.
6타의 열세를 안고 거둔 극적인 성과였다. 대회 직전 페덱스컵 랭킹 10위였던 임성재는 4언더파의 보너스를 안고 출발했지만, 우승을 위해선 보너스 10언더파를 받고 출발한 1위 스코티 셰플러와의 6타차를 따라잡아야만 했다.
마지막날 자로 잰 듯한 샷이 추격의 원동력이었다. 거의 모든 홀에서 페어웨이를 지켰고, 세컨드 샷까지 뒤를 받쳐주면서 손쉽게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전반에만 3타를 줄였고, 후반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면서 매킬로이, 셰플러 등 선두 그룹과 한 타차까지 좁혔다.
하지만 14번홀(파4)이 아쉬웠다. 티샷이 러프에 빠졌고 좀처럼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하면서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임성재는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서 벙커로 갔다. 벙커에서는 볼이 놓인 자리는 좋았는데 생각했던 샷이 나오지 않았다. 실수였다”고 말했다.
15번홀(파3)에서 곧바로 버디로 만회했고, 17번홀(파4)에서 한 타를 더 줄여 다시 한 타차로 접근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을 파로 마치면서 대역전극은 연출하지 못했다. 임성재는 “나흘 동안 꾸준히 좋은 스코어를 내서 좋다. 큰 욕심 없이 오늘처럼만 치면 계속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매킬로이는 1라운드 1번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고도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페덱스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2회)를 제치고 대회 최다 우승자로 올라섰다. 우승 보너스 1,800만 달러(약 242억원)까지 챙겼다.
한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 최혜진(23)도 첫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최혜진은 같은날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의 오타와 헌트 앤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CP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쳐 폴라 레토(남아프리카공화국·19언더파 265타)에 한 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공동 2위는 최혜진의 시즌 최고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