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앞둔 1988년의 서울의 뜨거운 열기는 '서울대작전'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현성 감독은 자신과 힘을 모아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낸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감독은 29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대작전'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카체이싱 액션 질주극이다.
앞서 문 감독은 '코리아' '임금님의 사건수첩' 등의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서울대작전'으로 1988년을 그려낸 그는 "시대극은 내게 애증의 관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도 1980~90년대 것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1980년대의 표현은 미술팀 소품팀 세트팀의 손이 닿아야 가능하다"고 했다. 많은 이들의 노력 덕에 '서울대작전'에서는 올드카, 패션, 음악 등이 어우러지며 과거의 서울 바이브가 만들어졌다.
빵꾸팸의 주 활동 배경이 상계동인 이유는 무엇일까. 문 감독은 "상계동은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던 시절 화제의 중심에 있던 지역이다. 실제 그 지역에 거주하시던 분들이 강제 이주를 당하다시피 했다. 물론 상계동뿐 아니라 그런 일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화려한 국가적 이벤트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동네다 보니 나랑 제작자는 상계동 쪽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상계동에 살고 있는 철부지 친구들이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면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지 상상을 거듭했단다.
유아인은 빵꾸팸의 리더 동욱을 연기했다. 문 감독은 유아인이 캐스팅 0순위였다고 했다. "유아인 배우는 '서울대작전' 이전에도 여러 작품 속에서 한국 청춘의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다. 유아인 배우만의 정형화되지 않은, 아주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는 게 문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유아인이 '서울대작전'의 톤앤매너, 캐릭터, 방향성, 색깔 등을 흔쾌히 공감해 줘서 즐겁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캐스팅을 진행할 때부터 혼자 상상했던 여러 조합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그 조합과 거의 일치하는 캐스팅이 이뤄졌다"고 말하는 문 감독에게서는 깊은 만족감이 느껴졌다.
고경표는 신학과 출신의 클럽 DJ이자 스파이 임무를 맡게 되는 우삼으로 분했다. 앞서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서울대작전'의 배경이 되는 시기를 살아보기도 했다. 문 감독은 "고경표 배우가 출중한 연기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근 '헤어질 결심'에서도 봤겠지만 고경표 배우의 스펙트럼은 정말 넓다. 아주 자신 있게 캐스팅 제안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 감독은 우삼의 에너지가 녹아 있는 고경표를 보며 싱크로율 걱정을 하지 않았다. 특별한 디렉션도 필요 없었단다.
'서울대작전'의 배우들은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함께 춤을 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 감독은 실제 현장에서도 배우들의 밝은 에너지가 돋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장 분위기가 늘 요란법석했다. 그게 영화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날 거다. 나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신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고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스태프분들도 좋아해 주셨다"고 했다. 배우들은 밝은 기운으로 문 감독이 원했던 '유별난 캐릭터'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연기에 첫 도전한 그룹 위너의 송민호도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문 감독은 "송민호라는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시도였을 텐데 선뜻 '서울대작전'이 추구하는 바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다른 배우분들과 즐겁게 촬영에 임해주셨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마지막에 OST까지도 직접 만들어주셨다. 서로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작업을 하지 않았나 싶다"며 송민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서울대작전'은 청춘들의 모습을 담는다. 이들의 낭만과 꿈, 용기는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안긴다. 문 감독은 "주인공의 동욱에게는 아메리칸드림이 가장 큰 꿈이다. 1988년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 상황과도 관계있는 듯하다. 다들 큰 꿈을 갖고 싶어 했고 그런 꿈을 가지라는 얘기를 늘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빵꾸팸에게도 그런 꿈이 있었을 듯하다고 했다. 큰 파도 같은 시련을 만난 빵꾸팸이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단다. 문 감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춘 이야기에 접근했다.
이러한 '서울대작전'을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한 작품으로 보기엔 아쉽다. 이 영화는 누군가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다른 누군가가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시청자들에게 '서울대작전'이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는지 묻자 문 감독은 "그런 표현은 거창한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1980년대의 여러 상황이 얽히고설키며 지금의 서울이 만들어진 걸 실감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서울대작전'은 그중 한 조각일 뿐이다. 기존에 우리가 접해왔던 시각과 다른 각도에서 1988년을 소환해 보시면 재밌을 듯하다"는 말을 남겼다.
청춘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서울대작전'은 지난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