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0월 국정감사 이전 이준석 추가 징계 마무리"···현실화하면 당내홍 깊어질 듯

입력
2022.08.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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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공식화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당의 중론을 모은 만큼,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기류다. ‘막말’ 등을 이유로 제명 처분한 전례가 있어 징계 수위 또한 제명ㆍ출당 등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전 대표 측이 이에 반발할 경우 내홍이 더 격화될 수 있지만, 이 전 대표 측과 더는 같이 갈 수 없다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의 의지가 강해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늦어도 10월 4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 전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긴급 의원총회 결과 입장문에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제기된 추가 징계 요구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감으로 정기국회가 본격화하면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할 여당이 '전직 대표 쫓아내기'에만 치중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게 부담스럽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은 아직 발표 시점이 불투명한 이 전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결과와 무관하게 추가 징계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의총에서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당 운영을 앞장서서 방해했다”며 해당 행위를 문제 삼았다. "가처분 인용에도 불구하고 의총에서 비대위를 다시 구성하고 이 전 대표를 추가 징계하자고 의결한 것은 사실상 의원들이 이 전 대표를 정치적으로 탄핵한 것"(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재구성뿐만 아니라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향후 제기될 책임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원총회 결과 입장문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른 당의 혼란상황을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6개월 직무정지를 당한 사태”를 지목하고, “이에 대해 의총 결의로 이 전 대표에게 강력 경고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국민의힘은 특히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엄중히 경고한다”며 이 전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羊頭狗肉)’ ‘신군부’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앞서 윤리위는 지난 16일 △당 위신 훼손 △타인 모욕 및 명예 훼손 △고질적 계파 갈등 조장 등과 관련해 "예외 없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며 예고한 바 있어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발언한 국회의원 후보자를 제명하고 세월호 유족에 대한 막말로 물의를 빚은 차명진 전 의원을 출당조치한 바 있다”며 “(이 전 대표 추가 징계는) 이견 없이 모인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핵관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만 축출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승민 전 의원은 “‘양두구육’으로 추가 징계를 한다면 정말 양도 개도 웃을 일”이라며 “윤리위원장과 외부 윤리위원들은 스스로의 공정함을 입증하기 위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반드시 서약해주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병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준석의 당 대표 지위를 보전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두고 새로운 비대위 출범으로 대응하려는 당 일각의 해석과 시도는 위법·탈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준법절차 이행보다 이준석 제명에 더 열을 낸다면 우리 당은 위헌정당, 반민주 정당에 더해 '치졸한 꼼수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윤리위의 추가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을 향해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이라는 표현을 써 재판에 넘겨진 한 언론사 간부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전례가 있는 만큼 법적 다툼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선 추가 징계가 현실화하면 윤핵관과 이 전 대표 진영이 정면으로 맞붙어 당 내홍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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