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목표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면 경기 긴축으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고통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의 연례 경제 심포지엄에서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며 "연준은 앞으로도 물가를 확실히 통제할 때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연준의 긴축 정책 결과 "기업과 가정에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물가 안정 복원에 실패하는 것은 더 큰 고통을 의미한다"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뒀다.
일각에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연준이 올해 말쯤 금리 인상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8.5%)이 전월(9.1%)보다 떨어진 데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는 (한 달간의 지표 개선은) 매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망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들어오는 경제지표를 종합해 금리인상 폭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네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특히 최근 두 차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까지 뛰었다.
외신들은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상보다도 더 매파적(통화 긴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은행가는 경제가 천천히 진정되기를 바라왔지만, 파월은 미국의 물가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면 경착륙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기존 계획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의 연설 직후 뉴욕증시의 대표 주가지수는 곧장 추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5분 기준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1.61%, 1.29%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주가지수도 1.97%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