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양자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고 ‘셔틀 외교’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기시다 총리 내각이 재편된 지금이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절호의 기회인 만큼,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 국제교류센터는 24~26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제30회 한일·일한 포럼(이하 한일포럼)’을 연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지금을 놓친다면 앞으로 한일관계가 기약 없이 표류할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회의에 임했다"고 했다. 공동성명은 26일 한국 측 의장인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일본 측 의장인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가 발표했다.
한일포럼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할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은 역사 문제 등을 중심으로 한 심리적 갈등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래지향적인 협력부터 하고, 거기서부터 과거사 문제를 되돌아보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계 개선을 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일본이 2019년 한국에 단행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라는 제언도 했다. 한일포럼은 “수출규제는 이미 형해화했으니 재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에서 일본 참석자들도 수출규제 재검토에 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자연스러운 분업 체계를 이뤘는데,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지 않고 붕괴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선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언급이 나왔다. 2015년 양국 정부가 맺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출, 일본 수산물 규제 문제에 대해선 “과학적 데이터를 반영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일포럼은 1993년 한국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출범한 민간 전문가 대화 채널이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이번 포럼엔 정계·재계·학계·언론계 인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정치적으론 양국 관계가 어려움을 겪더라도 민간에서는 활발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한 해도 빠짐없이 개최됐다. 제언 형식의 공동성명은 양국 정부에 공식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