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보다 한 달 밥값이 10만 원은 더 들 것 같은데요...”
서울의 한 사립대생 한태균(28)씨가 한숨을 푹 쉬었다. 지방에서 지내다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자취방으로 돌아왔지만, 생활비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한씨는 “솔직히 서울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으려면 1만 원은 기본”이라며 “이제 친구들도 만나고 식비가 더 들 텐데 지금 용돈으론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들이 올해 2학기부터 전면 대면수업을 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대학생들이 식비 걱정에 시름하고 있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외식물가 탓이다.
26일 한국일보가 서울 주요 대학이 모여 있는 서대문구 신촌동과 동대문구 회기동 일대 식당 50곳의 음식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 끼 메뉴가 1만 원 이상인 식당이 20곳으로 40%에 달했다. 9,000원대 식당은 13곳(26%), 8,000원대 식당은 11곳(22%)이었다. 김밥 등 간단한 분식류를 제외하면 6,000원 이하 밥을 파는 식당은 한 군데도 없었다.
때문에 학생들은 ‘가성비’ 높은 식당을 수소문하느라 눈에 불을 켜고 있다. 한 대학생 커뮤니티에 “학교 안팎에서 5,000원 안으로 식사 해결이 가능한 식당 좀 알려 달라”는 문의가 올라오자, 어떤 답변자가 밥값이 싼 식당 이름을 정리한 목록을 남겨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밥 먹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 눈물이 난다”는 글엔 공감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대학생 이모(21)씨는 “다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고 재작년과 지난해 입학한, 소위 ‘코로나 학번’은 학교 주변 상권도 모르니 정보라도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임모(25)씨도 “부모님께 용돈 올려달라고 하기도 죄송스러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 한다”며 “요새는 편의점 도시락도 1,000원 넘게 가격을 인상해 늘 속이 허한 느낌”이라고 씁쓸해했다.
대학가 식당 주인들도 할 말은 있다. 두 배 넘게 오른 식자잿값을 감당하려면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신촌의 한 한식집 사장 최모(47)씨는 “재료비를 생각하면 사실 음식값을 더 올려야 하지만, 어린 학생들을 생각해 딱 1,000원만 인상했다”고 말했다. 경희대 정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62)씨 역시 얼마 전 백반 가격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했다. 그는 “이윤 남기는 것 없이 간신히 유지만 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들의 마지막 보루인 학생식당마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축소 운영하는 곳이 많아져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 한국일보가 서울 시내 10개 대학에 문의해보니 5곳의 학생식당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정상 영업을 못하고 있다. 서울대는 7개 식당 중 2곳이 문을 닫았고, 또 다른 두 곳은 메뉴 가짓수를 줄이거나 두 끼만 파는 중이다. 연세대 또한 학생식당 3곳 가운데 2개가 적자에 인력난이 겹쳐 운영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