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千)의 얼굴' 루푸스, 미토콘드리아 문제 생기면 악화

입력
2022.08.25 19:23

면역세포 속에는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이 기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노화ㆍ암ㆍ당뇨병 등에 노출되기 쉽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기면 자가면역질환인 '전신 홍반성 낭창(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도 악화된다. 루푸스는 ‘천(千)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 불릴 정도로 증상이 다양하다. 면역세포가 건강한 조직을 공격해 피부ㆍ관절ㆍ콩팥ㆍ폐ㆍ뇌신경 등 온몸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루푸스 환자 대부분은 여성이며, 특히 가임기 젊은 환자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루푸스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 2만6,556명 가운데 여성 환자가 2만2,991명으로 남성의 6배가 넘었다. 특히 여성 환자의 83%가 20~50대인 비교적 젊은 환자였다.

서울성모병원 박성환 류마티스내과 교수, 조미라 의생명과학교실 교수, 박진실 연구교수 연구팀이 최근 동물 실험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루푸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미토콘드리아 내막에는 ‘크립1(CRIF1)’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된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내막으로 삽입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B 림프구에서 크립1이 결핍된 실험 마우스를 대상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루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그 결과, 나이 많은 마우스일수록 루푸스의 표적 항체인 ‘혈청 내 항이중가닥 DNA 항체’의 양이 증가했고, 이는 콩팥 내 염증 악화로 이어졌다. 크립1이 결핍된 B 림프구에서 염증 관련 전사 인자 발현이 증가했다. 특히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루킨 17과 인터루킨 6이 증가했다. 반면 크립1 유전자 치료를 시행하자 질환이 개선된 변화가 관찰됐다.

루푸스는 소염 진통제, 항말라리아제 등의 항류마티스 약물이나 스테로이드로 치료한다. 폐ㆍ콩팥 등 주요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강력한 면역 조절제를 투여한다. 완치 개념은 없고 완화와 악화가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환자에 따라 증상도 천차말별이어서 진단도 쉽지 않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콩팥ㆍ뇌신경계ㆍ폐ㆍ심장 등 주요 장기에 침범할 수 있기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얼굴에 나비 모양의 발진이 생기거나 원인 모를 붉은 반점, 관절통, 피로감, 탈모, 부종, 미열 등이 나타난다면 루푸스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로 크립1 결핍으로 인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루푸스 발달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차세대 루푸스 치료제 후보는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타깃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연구 결과는 미국류마티스학회저널 ‘관절염과 류마티즘(Arthritis & Rheumatology)’ 7월 호에 실렸다.

[루푸스 관리를 위한 일상생활 Tip 5가지]

□햇빛에 과민 반응을 보이기 쉬우므로 선크림ㆍ양산ㆍ모자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한다.

□과로나 스트레스는 루푸스를 악화시키므로 이를 피한다.

□스테로이드 등 장기간 약물 치료는 골다공증, 근육 감소를 일으킬 수 있어 예방을 위해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

□규칙적인 유산소ㆍ근력운동과 함께 숙면을 취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폐렴ㆍ대상포진 예방접종도 고려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