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이외의 별도 국제재판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침략 범죄자’로 처벌하기 위해서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국제재판소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드리 스미르노우 대통령실 부국장은 “이 재판소는 전쟁을 시작한 범죄자들에게 즉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전쟁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내년부터는 재판소가 정식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미르노우 부국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 아니라, 러시아군 수뇌부, 친러시아 평론가 등을 ‘침략 범죄’ 혐의로 이 재판소에 넘길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지금까지 찾아낸 침략 범죄 피의자만도 600명에 이른다.
침략 범죄는 ICC에서도 다룰 수 있다. ICC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각종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모두 ‘ICC 설립을 위한 로마 규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로마 규정에 따르면 침략 범죄의 경우 연루된 국가 중 한 개국 이상은 로마 규정 참여 당사국이어야 ICC가 사법권을 가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별도의 국제 재판소 설립을 추진하고 나선 배경이다.
스미르노우 부국장은 현재 상당수 국가가 새 재판소 설립을 위한 국제 협약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협약 초안도 이미 마련돼 각국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와 발트 국가 등은 재판소 설립안에 매우 긍정적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설명이다. 일부 국가는 재판소를 자국에 유치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에 반해 푸틴 대통령과 정치적 협상 여지를 열어두려 하는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재판소 설치에 비교적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들이 재판정에 직접 출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자국 내에 머무는 피의자의 신병을 인도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다만 재판소가 설립되면 협정 참여국 내에서 판결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유죄가 선고된 피의자가 협정 참여국에 입국하면 체포될 가능성이 있다.
스미르노우 부국장은 “재판소는 이들(침략 범죄 혐의자)에게 범죄자의 낙인을 찍어, 문명 세계를 여행할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