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사육 토끼, 동물교육한다며 이용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8월 19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토끼보호연대(토보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1,185명에 달했습니다.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장 실태조사 필요성과 동물사육장 추가 설치 중단을 촉구한 내용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셨는데요.
서울시교육청에 동물사육장 운영 관련 대응 방안을 물었습니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최승희 토보연 팀장은 현재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을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내 학교의 동물사육 현황을 파악하고 있나요.
"아직까지 동물사육 현황이 파악되진 않았습니다. 이번 토끼 유기 사건을 계기로 연내 유치원을 포함 초중고교 내 동물사육 실태를 전수조사할 예정입니다. 다만 사육동물 기준 범위를 정하고 앞으로 지원 방법 등을 포함해 진행할 예정이어서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동물복지 교육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그동안 학교에서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길러온 게 사실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교육청과 일선 교사들이 동물을 기르는 데 무지했다는 점, 동물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졌음을 실감했습니다. 앞으로 학부모, 전문가, 동물단체와 동물사육방법 등을 논의하고, 동물복지 교육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교 내 동물을 기르다 문제가 돼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있나요.
"경북 경주시 한 고등학교 학생으로부터 '개체 수가 늘어 입양을 보내야 하는데 입양 가이드를 줄 수 있느냐'며 도움을 요청해 온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학교, 기관에서 교육을 명목으로 동물을 길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가 된 사례들을 다수 확인했습니다." (이하 최승희 토보연 팀장)
-학교에서 유독 토끼, 햄스터 등 소동물을 키우는데 이유를 뭐로 보나요.
"토끼를 키우던 한 학교에서 수년 전까지 닭을 키웠는데 주변에서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 지방 농가로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반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등 소동물은 덩치가 작고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많이 기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동물은 중성화하지 않으면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다 영역동물이라 다툼이 발생하는 등 집단사육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시교육청에 교육기관 내 동물사육장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추가 설치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했습니다."
-학교는 교육을 명목으로 동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동물사육이 동물복지 교육에 도움이 될까요.
"동물 기르기는 동물복지가 아닌 동물사육 교육입니다. 사육 목적이 토끼 사육자를 양성하기 위한 건 아닙니다. 이번 토끼 유기 사태처럼 기르던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동물복지에 반하는 교육이 됩니다." (이하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동물복지 교육을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동물을 직접 만지고 기르지 않아도 모형, 영상 등을 통해 충분히 동물복지 인식을 높이고, 생명존중 의식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기르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기르기로 결정했다면 대학에서 동물을 실험, 실습에 동원할 때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듯 동물 구입∙취득부터 사육과정, 사육 후 분양까지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