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후퇴)' 우려는 일축했다.
한은은 25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5월 전망(2.7%)보다 소폭 낮췄으나, 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3%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난 2개월간 민간 소비가 놀랄 정도로 좋았다"며 "정부 전망치가 낮았던 것은 이런 자료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존 전망보다 낮춰 잡은 것은 주요 교역국들의 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약화될 우려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1,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으로 2분기 성장률이 0%대로 하락했다. 한은은 올해 상품수지 규모를 지난해(762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5억 달러로 전망했다. 자연스레 경상수지 전망치도 지난해 883억 달러의 40%에 불과한 370억 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한은은 주요국 경기 둔화의 영향이 하반기에 본격화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내년 연간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은 2.1%로 낮춰 잡은 이유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7%로 0.6%포인트 내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2% 초반까지 내려가면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총족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은이 내년 연초 물가상승률을 5%대, 상반기는 4.6%로 전망한 점을 비춰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이 총재는 그러나 이런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커지면서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았고, 연간 성장률 기준으로는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웃돈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물가 5%대, 성장률 2%대가 유지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부르기 어렵다"며 "전 세계 여건과 비교해 우리는 선방하는 상황이며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