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빚 탕감에 반트럼프 결집… 바이든, 중간 선거 뒤집기 총력

입력
2022.08.25 16:00
휴가 복귀 바이든, 11월 선거 3대 승부수 던져
학자금 대출 감면 혜택 4300만 명...청년 호응
트럼프 수사 거리 두면서 과실은 챙겨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에 여성 유권자 결집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①학자금 빚 탕감 ②반트럼프 진영 결집 ③임신중지권 옹호라는 3대 승부수를 띄웠다.

두 달여 만에 지지율 40%대를 회복한 여세를 몰아,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관련 이슈를 선점해 불리했던 중간선거 판세를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① 학자금 감면: 청년ㆍ흑인 유권자 결집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개인당 최대 2만 달러(약 2,700만 원)의 대학 학자금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개인 연소득 12만5,000달러(약 1억6,700만 원) 미만 학자금 대출자에게는 1만 달러, 연방정부 장학금 ‘펠 그랜트’를 받은 사람에게는 2만 달러까지 빚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로 최대 4,300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대학 학자금 규모는 1조6,000억 달러(약 2,100조 원)에 달하고 학자금 융자를 안고 있는 미국인은 4,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학자금 빚 탕감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 악화 우려에도 빚 탕감을 밀어붙인 것은 중간선거 본격 돌입 전 지지층 결집 차원으로 해석됐다. 백악관도 “흑인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조치가 인종 간 부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20·30세대와 비(非)백인 유권자 결집에 나선 셈이다.


② 트럼프 때리기: 反트럼프 진영 결집

바이든 대통령은 기밀문서 불법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과실은 착실히 챙기고 있다.

그는 이날 압수수색 관련 질문에 “전혀 사전통보가 없었다”는 답변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해 '정치적 목적을 가진 강제수사'라는 트럼프 측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기밀 유출 상황이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바이든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 퇴임 이후 기밀 표시가 있는 문서만 300건 이상 회수됐고, 1월 반납된 문서만 700쪽에 달한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이어지는 등 파장은 커지고 있다.

미 정치권에서는 최악의 경우 간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는 트럼프의 기밀 유출 논란이 중간선거 기간 내내 이어진다면 바이든과 민주당에는 불리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③ 임신중지권 옹호: 여성 유권자 등록 증가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위헌 결정 이후 임신중지권 옹호를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여성 신규 유권자 등록이 느는 등 투표장에 민주당 지지층이 몰리면서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중간선거 기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위스콘신·캔자스·미시간 등 임신중지권 폐기 위험에 처한 주에서 여성 신규 유권자 등록이 남성보다 8~40% 많았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78%가 ‘임신중지권 판결 때문에 중간선거에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는 미 공영라디오 NPR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적이 있다.

실제 투표장에서는 민주당 우세 현상이 결과로 나타났다. 23일 실시된 뉴욕주 19선거구 연방하원의원 특별선거에서 민주당 팻 라이언 후보가 51.1%를 얻어 공화당 마크 몰리나 후보(48.9%)를 제치고 승리한 것.

2020년 대선 당시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19선거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1.5%포인트 차로 앞섰는데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라이언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임신중지권 보장을 앞세웠고 몰리나 후보는 범죄와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며 임신중지권 주제를 피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월 이후 4차례 특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지난 대선보다 평균 5%포인트의 득표를 더 올렸다고 전했다.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에 분노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고무적인 신호탄’이라고 WP는 설명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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