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단절된 채 외로운 삶을 살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는 적막함이 감돌았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빈소를 찾는 등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간간히 이어졌다.
25일 오전 9시 30분쯤 ‘수원 세 모녀’ 빈소가 마련된 경기 수원시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특실. 빈소 단상에 있어야 할 영정사진은 없고 엄마인 A씨와 두 딸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 3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알림판에는 고인의 이름만 적혔을 뿐 유족 표기란에 ‘공영장례’라고 적혀 있었다.
조기도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에서 보낸 2개뿐이고 조화도 기관·단체에서 보낸 것이 전부였다. 10여 개 이상 조화가 놓인 다른 빈소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빈소 입구에 마련된 상주석에는 수원시 직원들이 대신했다. 이날 오전까지 조문객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이 중 일반시민은 10명 안팎이라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이들의 죽음을 슬퍼해 주는 유족도 세상을 떠나는 이들을 배웅해 주는 친척도 없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염태영 경제부지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들이 주로 빈소를 찾았다.
이날 오후에는 윤 대통령 조화가 도착했고, 김건희 여사가 직접 조문했다. 김 여사는 추모식을 진행하는 원불교 관계자에게 “‘(여사님께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종교인들께서 대신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김영진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의 발길도 계속 이어졌다.
당초 ‘수원 세 모녀’ 장례식은 먼 친척들이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함백산추모공원에 마련해 조촐하게 치른 뒤 곧바로 화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일 오전 친척들이 “언론 노출이 부담 된다”며 시신 인도를 거부, 급하게 수원시가 ‘무연고자 및 공영장례’로 진행해 빈소가 수원중앙병원에 마련됐다.
‘수원 세 모녀’ 장례 절차는 이날 오후 2시 원불교 경인교구 측에서 추모의식을 거행한 뒤 26일 오전 발인 후 수원연화장에 봉안된다. 이들의 유골은 규정에 따라 5년 후 자연장에 뿌려질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추모의식에는 이재준 수원시장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 이상균 수원시 복지여성국장 등이 참석했다. 추모 의식은 원불교식으로 진행됐다. 무연고자 및 공영장례 등의 추모의식은 대상자의 종교가 확인되지 않으면 분기별 담당 종교가 의식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친척들이 인도를 거부해 관련 규정에 따라 무연고자 장례 지원을 하기로 했다”며 “고인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3일장인 공영장례(무연고자 장례는 하루)로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원 세 모녀’는 21일 오후 2시 50분쯤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엄마인 60대 A씨는 자궁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큰딸은 희소 난치병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서에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힘들었다”고 적었다. 실제 이들은 16개월 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