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험사, 백내장 보험금 지급 거절 근거 불충분"

입력
2022.08.24 21:25
"담당 의사 백내장 여부 확인 중요" 판단

백내장 수술에 따른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담당 의사가 세극동 현미경으로 백내장을 확인한 뒤 수술했는데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실소연)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민사부(판사 김태환)는 지난 18일 H보험사가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09년 H보험사 실손보험 상품을 가입한 뒤 2020년 11월 ‘기타 노년 백내장’으로 두 눈에 수정체 초음파 유화술과 다초점 인공 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이때 나온 진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 부담금인 899만5,45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H보험사에 청구했다.

하지만 H보험사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에서 수정체 혼탁이 확인되지 않으며 백내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H보험사는 그 근거로 A씨의 세극동 현미경 검사 촬영 사진을 대학병원 등에 보내 백내장 유무와 진행 정도를 자문 받은 결과를 제시했다.

H보험사는 또 A씨가 백내장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 안경을 대체하기 위해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기에 면책 대상으로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이에 담당 의사인 안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백내장 수술을 진행했으며 다초점 인공 수정체 삽입술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H보험사가 면책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세극동 현미경 검사 촬영물보다 담당 의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의 촬영 결과는 조명 각도, 촬영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 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 상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보험약관 내용이 불명확하면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초점 인공 수정체 내지 그 삽입술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대체 비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H보험사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정경인 실소연 대표는 “백내장 보험금 분쟁 관련 환자 승소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했다.

정 대표는 “이후 진행되는 보험금 부지급 소송 건도 환자 승소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선의의 피해자들이 사법부를 통해 구제받길 원한다”고 했다.

실소연은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800여 명과 함께 보험사를 상대로 공동 소송을 진행 중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