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으로 교내장학금·인건비도 못주는 대학만 35곳 "국가 연구역량 떨어진다"

입력
2022.08.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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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학 지원 늘리는 고등교육특별회계 신설 추진

등록금 수입으로 교직원 인건비와 교내장학금도 충당하지 못하는 사립대학이 전국에 35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넘게 대학등록금이 동결된 데다 시설 보수·관리 등 고정지출이 증가하면서, 정작 중요한 교육·연구비는 감소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 중이다.

사립대학의 12.9%, 등록금으로 인건비+장학금도 못 준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등록금 수입액이 교직원 보수와 교내장학금을 더한 액수보다 적은 사립대학은 전국 35곳이었다. 2019년 기준 원격대학과 대학원대학을 제외한 270개 사립대학 중 약 12.9%에 해당한다. 35개 대학 중 등록금 수입액만으론 교직원 보수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대학이 23곳이나 됐다. 시간강의료·조교인건비·임시직 인건비는 교직원 보수에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대학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35개 대학 중엔 유명 사립대학을 포함해 서울에 위치한 대학만 4곳이 포함됐다. 인천 1곳, 경기 7곳을 더하면 수도권 12개 대학이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그 외 권역별로는 충청권 10곳, 영남권 7곳, 호남권 4곳, 강원 2곳이었다. 서울 A대학의 경우 등록금 수입액은 약 4,285억 원이었는데 교직원 보수는 약 4,543억 원·교내장학금은 약 824억 원이었다. 등록금 수입만으로 인건비와 교내장학금을 주기엔 약 1,082억 원이 모자랐다.

"수도권 대학에서도 임금 체불" 허리띠 졸라매는 대학

대학 측은 적은 정부 재정지원과 감소한 등록금 수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국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협의회 회장인 서문동 남서울대 사무처장은 "등록금이 14년간 동결됐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등록금 수입은 2009년에 비해 거의 40% 감소한 셈"이라고 했다.

대학들은 교육·연구비 투자를 줄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 교비회계에서 2011년 약 14조4,300억 원이었던 등록금·수강료 수입은 2020년 약 13조2,100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보수·관리비(10조8,600억 원→12조8,000억 원), 교내장학금(2조3,600억 원→2조6,000억 원)은 늘었는데 교육·연구비는 약 5,700억 원에서 약 4,200억 원으로 감소했다.

김영찬 사학진흥재단 대학재정회계본부장은 "대학의 등록금 수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있어 교육시설 투자가 줄고 있다"며 "수도권 대학 중 직원 임금이 체불되는 곳이 있다는 얘기도 속속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3조6,000억 원+α 지원...'고등교육특별회계법' 곧 발의

정부는 대학의 열악한 재정에 숨통을 틔워주는 게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기준 고등교육에 들어가는 1인당 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6.2% 수준인데, 초·중등교육은 OECD 평균의 131.9%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재원을 제외한 교육세(올해 기준 3조6,000억 원)를 현재 유·초·중등 교육 재원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올해 본예산 기준 65조1,000억 원)이 아니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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