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500억 손배소, 갈등 재발 우려된다

입력
2022.08.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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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50여 일 동안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작업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약 50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지난달 노사 교섭 당시 하청업체는 제소하지 않기로 했지만,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 결국 어렵게 봉합된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며 반발했다.

파업 참여 노조원들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는 노동계의 해묵은 쟁점이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피해가 커지면서 손배소로 이어지는 양상이 반복된다. 대우조선은 하청노조가 지난 6월 강행한 파업 때문에 진수 작업이 중단됐다며 손배소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 갈등도 마찬가지다.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 위탁업체 노조원들이 파업하는 사이 하이트진로는 주류 출고를 못 했다며 노조원 일부를 상대로 약 2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노조는 급기야 16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를 기습 점거했다.

사측이 노조로부터 수십억, 수백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정말 받아낼 수 있다고 여기진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조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노동계의 의구심은 일리가 있다. 파업 이유 대다수가 임금이나 근로조건 문제인 걸 감안하면 파업 책임을 노조에만 지우는 건 부당한 측면도 있다. 거액의 손배소는 노사 모두에 상처만 남길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에 대한 보상이 과연 정당한지와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측은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며 노조의 목소리부터 경청하는 게 먼저다. 노조 역시 과격 행동은 지양하고 협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정치권도 머리를 맞댈 때다. 국회엔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계류돼 있다.